한·미 정상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확대하고,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핵심인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정하는 논의를 곧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 수단에 ‘핵’이 포함된 것은 이전 정상회담에 없었던 성과로 꼽힌다.

확장억제 수단에 ‘핵’ 명시

한·미 정상은 지난 21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가장 이른 시일 내 고위급 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DSCG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에서 출범한 한·미 외교·안보당국의 차관급 협의체다. 2018년 1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한·미 정상급 성명에서 EDSCG 가동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동맹국이 핵 공격을 받거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핵무기 탑재 투발 수단 등으로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성명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확장억제 수단 중 하나로 ‘핵’을 못 박아 최근 북한의 핵 위협 공세에 분명히 경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이번 발표에 따라 유사시 미국의 핵전력 등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즉시 전개되는 방안이 실효적인 액션 플랜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견에서 “과거 ‘확장억제’라고 하면 ‘핵우산’만 얘기했지만 전투기·미사일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에 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논의했다”며 “앞으로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에 구체적인 협의를 계속 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북한 핵 억제력을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들여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EDSCG 재개가 외교안보 최대 성과”라고 분석했다.

연합훈련 규모와 범위 확장

한·미 연합방위태세 핵심인 연합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장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두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한·미 연합연습의 정상화’로 해석했다.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을 포함한 키리졸브(KR)·독수리(FE)·을지포커스가디언(UFG) 등 주요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줄줄이 중단됐다. 그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이 이뤄져 왔다. 이를 다시 ‘정상화’함으로써 굳건한 억지 및 상시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대화에 나서라” 촉구

두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고 북한에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 점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며 “현재 겪고 있는 코로나 위기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 사안과 별도로 인도주의와 인권의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담대한 계획은 윤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처음 밝힌 용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과의 공조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기존 대북 제재·압박 노선을 더욱 강화해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의 비핵화 해법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의 군사·안보 분야 합의에 북한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화’는 훈련을 ‘북침 전쟁 연습’으로 규정하고, 훈련 시기마다 비난해온 북한 입장에선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평가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