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냈지만 수리 안 돼…"엄정·겸허하며 아픔에 공감하는 검찰 돼달라"
이성윤 고검장은 비공개 이임식…피고인 신분이라 당장 퇴직 못 해
채널A 사건 매듭짓고 떠나는 이정수 "생각의 다름 존중해야"(종합)
최근 사의를 밝힌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선 엄정하고 겸허한 검찰이 돼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20일 서초동을 떠났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실체 진실을 밝히는 당당한 검찰, 동시에 억울함을 경청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검찰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검장은 "이를 위해 사람의 귀함을 알아 존중하고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자"며 "역지사지하며 소통하고 화합할 때 우리 주장의 울림은 더 커진다"고 당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인사에서 '윤석열 사단'이 대거 중용된 반면 전 정부 성향 검사들이 내쳐지는 등 검찰 내부 분열이 되풀이될 위기에 남기는 고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미 사표를 냈지만,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아 일단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난 상태다.

그는 "청춘을 함께한 공직을 마무리하며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지난 세월 많은 분의 가르침과 배려, 도움이 있었기에 주어진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검찰 선후배, 수사관, 실무관, 행정관, 파견기관 직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경험과 지혜를 쌓았고 용기와 절제를 배웠다"며 "법원, 경찰, 언론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존중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임식이 열린 서울중앙지검 청사 2층 누리홀에는 검사와 직원 200여 명이 모여 떠나는 이 지검장을 배웅했다.

행사를 마친 이 지검장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는 행사장을 떠나면서 취재진에 "퇴임하는 상황에서 인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새 정부하에서 새 검찰의 진용이 짜이면 검찰개혁에 대한 대응이나, 여러 가지 파고를 잘 이겨낼 것으로 생각한다.

잘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채널A 사건 매듭짓고 떠나는 이정수 "생각의 다름 존중해야"(종합)
2000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그는 대검찰청 연구관, 대구지검 의성지청장, 대검 피해자인권과장·정보통신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등을 거쳤다.

첨단범죄수사2부장을 지낼 때 개인정보범죄합동수사단장을 맡아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고객 정보를 대규모로 팔아넘긴 사건을 수사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핵심 보직을 잇달아 꿰차며 '친정부'로 분류됐다.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서울남부지검장을 역임했고, 고교 선배인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2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4개월여 만에 전국 최대 검찰청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등 윤석열 대통령의 가족 비리 관련 사건,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의혹 사건 등 수사를 지휘했다.

한 장관의 '채널A 사건' 연루 의혹은 지난달 초 2년여 만에 무혐의 처분을 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을 보좌한 박철우(30기) 2차장과 진재선(30기) 3차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김태훈(30기) 4차장은 부산고검 검사로 뿔뿔이 흩어진다.

이들은 "새 임지에 가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 "검사는 어느 자리에 가든지 영전이라는 말을 들었다.

중요한 것은 보직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를 빛내는 것"이라는 이임사를 남겼다.

중앙지검은 오는 23일부터 송경호(29기) 신임 지검장을 필두로, 박영진 2차장(31기), 박기동 3차장(30기), 고형곤 4차장(31기) 등 윤석열 사단 체제로 재편된다.

채널A 사건 매듭짓고 떠나는 이정수 "생각의 다름 존중해야"(종합)
이번 인사에서 이 지검장과 함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이성윤(23기) 서울고검장은 이날 오전 청사에서 간부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임식을 비공개로 열었다.

그는 이임사에서 '많이 도와주신 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취지의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그는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대표적 친정부 성향 검사로 꼽혔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고검장으로 승진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고검장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사표를 냈지만 재판을 받고 있어 당장 퇴직이 불가능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