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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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섹터의 주가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보다 실적을 비롯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정적 수익원이 확보된 데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인 제약사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일 대비 2.73% 오른 2916.62에 거래를 마쳤다. 그 동안 낙폭이 컸던 데 대한 반발매수세 유입에 더해, 다음달 3일 개최되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학술대회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 지수가 이날은 반등했지만, 작년 종가와 비교하면 21.62%가 하락했다. 작년에도 연간으로 32.55%가 빠졌다.

대형주 중에서는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진다. 전일 대비 2.84% 오른 이날 종가 14만5000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19일의 저점 13만4935원보다 7.46% 높은 수준에 그친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26.77%가 하락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 개발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소홀했던 데 따른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려는 지난 1분기 실적에서 현실이 됐다. 셀트리온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42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1.5% 감소했다. 증권가 예상치에도 크게 못 미쳤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주요 제품의 단가 인하와 렉키로나 재고 평가손실 반영 등의 영향에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결과적으로는 코로나 신약 개발에 나선 게 수익성과 함께 주가도 끌어 내린 셈이다.

박재경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는 앞서가는 과도한 기대와 이후의 실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내러티브(성장 스토리)를 위한 추가 기준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테마가 아닌 회사의 역량과 방향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중에 신약을 개발해 대박을 칠 것이란 기대가 아니라, 확인된 성과가 투자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에서 수익성에 더해 신약 개발 기대감도 있는 제약사들이 주목됐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상위 60개 제약사의 올해 1분기 합산 매출액은 4조7286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4조1604억원 대비 13.7% 증가했다”며 “대원제약을 포함한 11개 기업은 30% 이상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보였고, 중견 제약사들의 평균 매출 성장률도 19%였다”고 전했다.

과거 국내 전통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만든 의약품을 유통하거나 특허가 만료된 화학제제의 복제약을 만들어 파는 걸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는 인식에 주식 시장에선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늘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박재경 연구원과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이 함께 유망하다고 꼽은 종목은 대웅제약JW중외제약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나보타의 북미 지역 판매 확대와 국산 34호 신약으로 작년말 국내 시판허가를 받아낸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의 판매에 따라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따른 병원 운영 정상화에 따른 수액제 매출 회복와 고지혈증 치료 복합제 리바로젯(에지티미브·피타바스타틴) 매출 본격화가 예상된다. 두 개 이상의 의약품 성분을 한 알로 합치거나, 알약의 크기를 줄여 편의성을 높인 개량신약은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다만 제약사 중에서도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하라는 조언이다. 하 연구원은 “고(高) 주가수익비율(PER) 제약주는 성장주”라며 “고금리 시대에 주목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기대 수익에 대한 할인율이 커지기에 주식 시장에서는 주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된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증권가의 실적 전망치 평균)를 전일 종가와 비교한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32.24배와 13.62배로, 업종 평균인 68.11배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바이오 종목 중에서는 레고켐바이오가 주목됐다. 수차례에 걸쳐 항체-약물 복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기술수출해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하반기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2(HER2) ADC에 대한 임상 1상 결과 발표를 비롯해 다수 파이프라인들의 임상 진입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