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 없이 당선된 후보자는 기초단체장 6명, 광역의원 106명, 기초의원 282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99명, 교육위원 1명으로 총 494명에 이른다. 2002년 지방선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후보 68명이 무투표 당선자가 됐다. 반대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은 대구·경북·경남에서는 97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으며 이중 국민의힘 후보는 87명에 달한다. 이 후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역별 유불리에 따라 후보를 아예 내지 않으면서 투표 없이 사실상 무혈 입성하게 됐다.
서울에서는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남의 선거구 두 곳에 민주당이 광역의원 후보를 내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후보자 2명이 투표 없이 당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투표 당선인 경우 선거운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토론도 없고 홍보물도 배포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로 당선자가 확정되는 셈이다.
공직선거법 제27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자가 1명인 경우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이 후보자는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득표율이 10% 이상일 경우 후보자의 선거 관련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주는데,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사람에게까지 선거운동을 허용해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속출하면서 유권자의 참정권이 박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자의 면면을 살피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투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2014년 헌법재판소에 무투표 당선 제도를 폐지하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민 김모씨는 "공직선거법상 지자체장 무투표 당선 규정이 선거권과 알권리,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관 8대 1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