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초래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 불만 반영
헤즈볼라 동맹, 최악 경제위기 속 총선서 과반 유지 실패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 측 동맹이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지난 15일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 외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바논 내무부가 이날 공개한 총선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헤즈볼라 동맹은 전체 128석의 의석 중 61석을 확보해 과반(65석)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 2018년 치러진 총선에서 얻었던 71석에서 10석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으며 헤즈볼라와 맞서온 민족주의 성향의 기독교계 정당 '레바논 포스'는 19석을 확보, 원내 최대 정파가 됐다.

또 2019년 실업난 해소와 부패 청산 등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야권세력 '변화의 힘'(Force of Change)도 예상을 뛰어넘는 14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다.

반면, 헤즈볼라 동맹에 참여하는 미셸 아운 대통령의 '자유 애국 운동'(FPM)은 20석에서 17석으로 의석이 줄어들면서 최대 기독교 정파 자리를 레바논 포스에 내줬다.

이번 총선 결과는 2019년 시작돼 3년만에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경제위기를 부채질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치세력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향후 정부 구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한 개혁 정책 등을 실행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이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권력분점 체제를 유지해왔다.

정치권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필두로 시아파 '아말 운동', 수니파 '미래 운동' 및 '자유 애국 운동', '레바논 포스' 등 마론파 기독교도 정당, 이슬람 드루즈파의 '진보 사회주의자당' 등을 주축으로 세력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종교 정파 중심의 권력분점은 부패와 무능을 낳았고, 이는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2019년 본격화한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라는 악재를 만나 골이 깊어지면서 레바논을 국가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다.

더욱이 대폭발 참사 후 각료들이 일괄 사퇴한 뒤 새로운 내각을 꾸리지 못해 13개월간 국정 공백이 생기면서 레바논 경제는 자체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