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하는 것은 잘못됐다.”(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베이조스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의 노조 설립을 지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

미국 백악관이 세계 2위 부호인 베이조스와 법인세 인상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법인세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베이조스가 반박에 나서면서다.
"법인세 올려 물가 잡겠다"는 바이든에…"번지수 틀렸다"고 쏘아붙인 베이조스

백악관과 베이조스 갈등 격화

이번 논쟁의 발단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올린 트윗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가장 부유한 기업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만들자”고 적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지출을 줄이고, 총수요가 감소하면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미국의 법인세율은 21%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법인세율 28% 인상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상태다.

베이조스는 곧바로 반박 트윗을 날렸다. 그는 다음날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는 것은 좋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해 논의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둘을 한데 엮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이 인플레이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 베이조스는 15일에도 “미 행정부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과열된 경제에 더 많은 부양책을 투입하려고 했다”며 물가 상승의 책임을 현 정부로 돌렸다. 백악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베이츠 부보좌관은 16일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 노조 관계자들을 만난 뒤 베이조스의 트윗이 나왔다는 게 놀랍지 않다”고 했다. 베이조스가 법인세 인상에 반발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초 아마존 노조 지도부를 만나 노조 설립을 격려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아마존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난달 뉴욕 스탠튼아일랜드 노조 결성 찬반투표 결과 첫 노조 설립안이 통과됐다.

이에 베이조스는 17일 자신의 트윗에 “백악관이 (노조 문제로) 논점을 흐리려 한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 “노조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았고 부유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노조에 대한 견해 차이가 원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민심과 직결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국 대기업을 물가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법인세 인상 논의를 촉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베이조스와 바이든 행정부의 관계가 처음부터 틀어진 것은 아니었다. 베이조스는 2020년 자신과 마찰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자 열렬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가 역점을 둔 인프라 지출 확대안과 법인세 인상안을 모두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의 노조 결성 운동을 지지한 것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스탠튼아일랜드의 노조 대응 책임자들을 해고했을 정도로 노조 설립에 강경한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위터를 이용해 정치적 논쟁에 개입한 적이 없었던 베이조스가 폭발했다”며 “베이조스와 백악관 사이의 긴장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마존의 노조화 노력을 지원하면서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베이조스가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조 정책에 불만을 품고 법인세 인상 논의에 반대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기업인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노조가 바이든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