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갈등은 빠른 성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빠른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개혁방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6일,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금·교육개혁과 함께 "세계적인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을 포함해 '노동개혁'이란 표현을 직접 언급한 것은 거의 처음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들 개혁과제에 대해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에 초당적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혁 발언에 노동계는 이렇다할 비판성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경영계에서도 특별한 지지성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을 당시 노동계가 폭발적인 지지 성명을 내고, 경영계에서는 우려의 평가를 내놓은 것과는 사뭇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친노동 정부'에 대한 심판성격이 강했던 2022년 대선, 그러한 배경을 업고 등판한 대통령의 개혁 선언에도 이렇다할 반응이 없는 것은 의아하다는 게 노동판 관계자들의 해석입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아직 '미지의 인물'인데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들립니다. 달리 말하면, 그동안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이나 들려준 발언에서는 국정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읽기 어려웠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최근 유출 논란을 빚고 있는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봐도 절박함을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노동정책 분야만 놓고 봐도 고용보험 적용대상 확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등 이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반면 대선기간 뜨거운 이슈였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법령 정비와 주52시간제 제도 개선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2024년 이후로 미뤄놓은 모양새입니다.

물론 법개정이 불가피한 개혁 과제는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집권 초기부터 '민감한' 이슈를 강행, 노동계를 자극할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2024년 총선에서 반드시 현재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2년 후 법을 바꾸겠다는 약속에 공허함과 함께 '물음표'가 달립니다. 어찌됐든 대통령이 직접 쏘아올린 개혁의 '공'이 언제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 주목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