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수사 원칙대로…사건 이첩요청권, 견제받겠다"
수사팀 구성 1주년 간담회…"인력 부족 심각, 이런 상황 자체가 독소조항"
공수처장 "미숙함 송구…권력기관 견제 대의명분 유효"(종합)
새 정부 출범으로 존폐 갈림길에 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김진욱 처장은 16일 그간의 미숙한 사건 처리에 머리를 숙이면서도 '권력기관 견제'라는 설립 명분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공수처가 독자적인 수사기관의 모습을 갖춘 지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보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공수처의 공식 출범은 지난해 1월이었지만, 그해 4월부터 검사·수사관이 임명됐다.

김 처장은 우선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러나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상징성을 갖고 탄생했지만,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부실한 수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정치적 입건 논란, 무분별한 통신 사찰 논란까지 휩싸였다.

'공수처 정상화'를 내건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일각에서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처장이 공수처의 존치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처장은 공수처의 본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에 있다며 윤 대통령 등이 연관된 사건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수사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공수처가 가진 윤 대통령 사건은 '판사 사찰 문건 불법 작성 의혹'이 대표적인데, 윤 대통령이 임기 동안 불소추 특권을 가지게 되면서 향후 수사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김 처장은 "(대통령) 소추를 할 수 없는데 수사는 가능하냐를 두고 학설이 팽팽하다"며 "헌법, 형사소송법, 공수처법 그리고 원칙에 따라서 그 사건도 똑같이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이익도 받았고, 누구보다 이 부분에 이해가 높은 분"이라며 "그냥 공수처의 역할, 일관되게 세운 원칙, 공정에 따라서 해나가다 보면 그게 나라를 위해 기여하는 일이고 윤석열 정부에도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수처장 "미숙함 송구…권력기관 견제 대의명분 유효"(종합)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공수처법 24조 1항 폐지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단 2건을 요건에 맞게 행사했다"며 자의적인 행사 논란을 일축했다.

공수처법 24조 1항은 검찰·경찰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처장은 다만 "임기 중 이첩 요청권 행사의 기준, 절차, 방법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견제·통제 수단을 마련해 시행하면 자의적이다, 불합리하다는 논란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처장의 권한을 내려놓고 스스로 견제받는 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권한 행사 전 검찰·경찰과 사전 협의를 거치는 방식, 권한 행사에 대한 기구 심의 의무화, 권한 행사 사건에 대한 정기적인 국회 사후 통보 등을 거론했다.

극심한 인력난 등 공수처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토로하며 잇단 논란의 원인이 제도 자체의 맹점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천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사 인원수로는 최근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공수처는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명시된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건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관련,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모든 업무를 극히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게 김 처장의 설명이다.

공수처법상 검사 정원은 25명, 수사관은 40명, 일반직원은 20명으로 한정돼 있다.

김 처장은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라면서 (공수처 인원이) 검찰의 100분의 1이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1인이 아무리 못해도 3역, 4역을 해야 돌아가는 상황이 독소조항이고 이런 것을 풀어주는 게 정상화"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수처법 시행일에 맞추느라 독립청사도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고, 과천청사에 급히 입주하는 바람에 수사 보안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다음 달이나 돼야 구축돼 그때까지는 사건관리업무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