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보관 인프라 등 관건…노바백스 등은 냉장보관 가능
치료제·해열제 등 다른 의약품도 지원 가능성
국내 미유통 잔여백신 650만회분 달해…대북 지원물량 관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북한 주민을 위해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어떤 방역·의약품이 어느 정도 규모로 북한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에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감염 의심자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북한 측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전반적 대북 관계 진전과 대화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며 "상황이 좀 더 진전하고 협의가 진행되면 그에 맞춰서 방역 지원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에 지원할 품목으로는 국내 코로나19 잔여 백신이 유력하다.

이날 기준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률은 86.8%(2차 접종 완료 기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둘뿐인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이미 접종률이 최고 수준인데다, 올해 초부터 오미크론 감염자 급증으로 자연면역을 획득한 인구도 크게 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종 수요는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잔여 백신 상당량이 폐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유통기한 만료 등으로 국내에서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누적 37만9천311바이알(병)이다.

백신 한 바이알에는 여러 회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회분'으로 따지면 지난 3월 22일까지 누적 폐기량은 233만회분이 넘는다.

잔여 백신은 12일 0시 기준으로 1천477만4천회분이다.

백신별로는 화이자 770만2천회분, 모더나 332만6천회분, 얀센 198만6천회분, 노바백스 157만9천회분, 소아용 화이자 18만2천회분이다.

접종 기관에 이미 유통된 백신을 제외한 순수 잔여 물량은 649만4천회분 정도이며, 이 중 유통 기한이 1개월 이내인 백신은 약 7만회분, 유통 기한이 3개월 이내인 백신은 약 642만4천회분이다.

국내 미유통 잔여백신 650만회분 달해…대북 지원물량 관심
전문가들은 북한 백신 지원과 관련해 냉장보관(콜드체인) 시스템이 관건일 것으로 본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인 영하 60∼9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다가 해동해야 하는 등 보관·유통 방법이 까다롭지만 북한에는 평양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이를 위한 인프라가 충분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노바백스, 얀센 등은 2∼8도에서 냉장보관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잔여 백신과 함께 먹는 치료제, 해열제·진통제 등도 함께 지원될 가능성이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백신뿐 아니라 해열제, 진통제, 주사기, 소독약 등도 북한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이라며 "지원할 수 있을 때 바로 지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대통령실의 발표에 따라 방역당국, 통일부 등 관계 부처들이 북한 지원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