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 연상호 "환각 장면 아쉬워…예산 고려해 대본 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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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작가로 참여…"넷플릭스와 규모 다를 수밖에"
미드폼 6부작…"창작자들도 새로운 경험 축적하는 과정"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를 공동 집필한 연상호 감독과 류용재 작가가 작품 속 인물들이 환각을 겪는 장면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연출에 만족하지 못한다기보다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머릿속에서 상상한 장면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고민했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괴이' 연출은 장건재 감독이 맡았다.
연 감독과 류 작가는 지난 4일 화상 인터뷰에서 상반기 티빙의 기대작이었던 '괴이'가 장르극의 클리셰에 갇혀있다는 등 예상외의 혹평을 받은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인물들이 저주받은 불상인 귀불에 현혹돼 각자 마음속의 지옥을 환각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면이라고 꼽았다.
'귀이'에서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은 극한의 공격성을 보이는데, 환각에 빠진 아들을 제압하려던 석희(김지영 분)는 자신도 환각에 빠져들면서 아들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댄다.
귀불에 홀리지 않았지만,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수진(신현빈)은 딸을 트럭으로 친 운전자가 자꾸 눈에 보인다며 괴로워한다.
연 감독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묻자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예산의 제약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논두렁에 뜬금없이 서 있는 신호등, 과거의 기억이 풍선처럼 커지는 그런 환상적인 요소를 대본에 썼다"며 "촬영할 때는 이런 부분이 예산과 직결돼 (감독이) 어떤 걸 남기고, 어떤 걸 없애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환각으로 나타난 인물들의 마음속의 지옥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처럼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평가에 "기획했던 부분이 CG(컴퓨터 그래픽)나 이미지로 바뀌는 게 많았다"며 "잘 못 썼다.
예산을 생각하지 못하고 썼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보니 과거-현재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됐다"며 "예산을 고려했다면, 예산 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을 텐데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류 작가는 수진이 환각으로 보는 트럭기사의 경우 인간과 트럭이 뒤섞인 괴이한 비주얼을 상상했다고 언급하며 "(대본을) 쓸 때는 작가적 야심을 갖고 썼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표현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연 감독은 검은비, 까막귀 떼 등 장르물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 빈번하게 나오는 장면들이 반복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본 작업을 할 때부터 (좀 더) 신선한 표현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답했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지옥'을 연출하고, 현재 영화 '정이' 후반작업을 하는 연 감독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토종 OTT는 제작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연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작업환경 차이를 묻자 "넷플릭스는 만드는 순간 전 세계에 배급이 되다 보니 예산이나 이런(작업환경) 면에서 여유가 있다"며 "티빙은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비 등은)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괴이'는 분량 면에서 기존의 시리즈물과는 다르다는 특징도 있다.
총 6부작으로 에피소드당 분량이 30분 안팎인 미드폼 콘텐츠다.
연 감독은 "OTT 등 플랫폼이 다양해진 시대가 됐고, 저희(창작자)도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걸 경험하며 그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작업한 시리즈가 퍼즐 형태로 어떤 부분을 짜 맞춰나가는 이야기 구조였다면, '괴이'는 스트레이트로 내달리는 이야기"라며 "이런 영화식 스토리가 시리즈에 어울릴지에 대한 질문을 '괴이'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할 때마다 호불호가 있는데, 여러 반응을 보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참고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작품의 모티브는 귀불을 봉인하는 주문이기도 한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념이라고 했다.
연 감독은 "딱지를 계속 건드리면 덧나는 것처럼, 상처를 되새김질하면 커진다"며 "상처는 조금만 바라보고, 좋은 것을 자주 보자는 것이 메인 테마"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떠올린 게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라며 "큰 존재가 사라지면서 상실감을 느낀 부부가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상황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류 작가는 "마음은 사람이 가진 상처일 수도 있고, 어떤 뒤틀린 욕망일 수도 있는데, 그걸 신경 쓰고 바라보면 거기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그런 걸 극복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끝으로 연 감독은 자신의 개별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줄임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고맙다면서도, 각 작품의 판권이 흩어져 각기 제작되다 보니 통일성을 갖기 어려운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연니버스'라는 표현이 파생된 마블 유니버스에 대해 "마블 정도 되는 유니버스는 회사와 크리에이터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체계가 잡혀야 유니버스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드폼 6부작…"창작자들도 새로운 경험 축적하는 과정"

연출에 만족하지 못한다기보다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머릿속에서 상상한 장면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고민했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괴이' 연출은 장건재 감독이 맡았다.
연 감독과 류 작가는 지난 4일 화상 인터뷰에서 상반기 티빙의 기대작이었던 '괴이'가 장르극의 클리셰에 갇혀있다는 등 예상외의 혹평을 받은 데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인물들이 저주받은 불상인 귀불에 현혹돼 각자 마음속의 지옥을 환각으로 경험하게 되는 장면이라고 꼽았다.
'귀이'에서 귀불의 눈을 본 사람들은 극한의 공격성을 보이는데, 환각에 빠진 아들을 제압하려던 석희(김지영 분)는 자신도 환각에 빠져들면서 아들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댄다.
귀불에 홀리지 않았지만,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수진(신현빈)은 딸을 트럭으로 친 운전자가 자꾸 눈에 보인다며 괴로워한다.
연 감독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묻자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예산의 제약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논두렁에 뜬금없이 서 있는 신호등, 과거의 기억이 풍선처럼 커지는 그런 환상적인 요소를 대본에 썼다"며 "촬영할 때는 이런 부분이 예산과 직결돼 (감독이) 어떤 걸 남기고, 어떤 걸 없애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환각으로 나타난 인물들의 마음속의 지옥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처럼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다는 평가에 "기획했던 부분이 CG(컴퓨터 그래픽)나 이미지로 바뀌는 게 많았다"며 "잘 못 썼다.
예산을 생각하지 못하고 썼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식으로 표현할 수가 없다 보니 과거-현재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 됐다"며 "예산을 고려했다면, 예산 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을 텐데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검은비, 까막귀 떼 등 장르물에서 초자연적 현상으로 빈번하게 나오는 장면들이 반복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대본 작업을 할 때부터 (좀 더) 신선한 표현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고 답했다.
앞서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지옥'을 연출하고, 현재 영화 '정이' 후반작업을 하는 연 감독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토종 OTT는 제작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연 감독은 넷플릭스와의 작업환경 차이를 묻자 "넷플릭스는 만드는 순간 전 세계에 배급이 되다 보니 예산이나 이런(작업환경) 면에서 여유가 있다"며 "티빙은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제작비 등은)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괴이'는 분량 면에서 기존의 시리즈물과는 다르다는 특징도 있다.
총 6부작으로 에피소드당 분량이 30분 안팎인 미드폼 콘텐츠다.
연 감독은 "OTT 등 플랫폼이 다양해진 시대가 됐고, 저희(창작자)도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걸 경험하며 그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작업한 시리즈가 퍼즐 형태로 어떤 부분을 짜 맞춰나가는 이야기 구조였다면, '괴이'는 스트레이트로 내달리는 이야기"라며 "이런 영화식 스토리가 시리즈에 어울릴지에 대한 질문을 '괴이'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할 때마다 호불호가 있는데, 여러 반응을 보고 다음 작품을 할 때 참고한다"고 말했다.

연 감독은 "딱지를 계속 건드리면 덧나는 것처럼, 상처를 되새김질하면 커진다"며 "상처는 조금만 바라보고, 좋은 것을 자주 보자는 것이 메인 테마"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떠올린 게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라며 "큰 존재가 사라지면서 상실감을 느낀 부부가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상황을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류 작가는 "마음은 사람이 가진 상처일 수도 있고, 어떤 뒤틀린 욕망일 수도 있는데, 그걸 신경 쓰고 바라보면 거기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그런 걸 극복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전했다.
끝으로 연 감독은 자신의 개별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는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의 줄임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고맙다면서도, 각 작품의 판권이 흩어져 각기 제작되다 보니 통일성을 갖기 어려운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연니버스'라는 표현이 파생된 마블 유니버스에 대해 "마블 정도 되는 유니버스는 회사와 크리에이터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체계가 잡혀야 유니버스를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