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장관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여의도로 복귀하면서 물밑 당권 경쟁이 시작됐다. 대선 이후 주류에서 밀려났던 친문(친문재인)계가 이들을 중심으로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에 도전하는 구도가 그려질 전망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며 돌아온 전해철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8월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의원은 “전 전 장관이 당대표 출마를 위해 여의도에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다시 민주당으로, 진보의 땅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민주당답게 민주주의를, 담대한 진보의 길을, 평화와 통일의 분명한 방향을 확실하고 공정하며 정의롭게 다시 세워 보겠다”고 써 사실상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3선의 전 전 장관은 친문 직계고, 4선 이 전 장관은 ‘86운동권 그룹’의 한 축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로 원내에 입성한 뒤 당대표까지 도전한다면 친문계 그룹과 맞붙을 수밖에 없다”며 “친문에서도 계파 명운을 걸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고문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빈집’이 된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국회 입성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여의도에 돌아오는 장관 출신 정치인 중에선 박범계(법무부) 한정애(환경부) 권칠승(중소벤처기업부) 황희(문화체육관광부) 의원 등도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 친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에게 고배를 마신 친문 홍영표 의원(4선), 친이낙연계 설훈 의원(5선) 등 중진들도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전 전 장관이나 이 전 장관과 전략적으로 연대해 ‘반(反)이재명계’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2015년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간 계파 갈등으로 분당 사태까지 맞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설지연/전범진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