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류 어번·크리스 맥레오드 공저…"돈키호테인가, 용감한 영웅인가?"

"여기는 전장입니다.

나는 도망칠 차량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합니다.

"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할 당시 이뤄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절박한 이 호소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용기를 얻었고, 전 세계 지도자들은 외교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평화롭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곳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당시 미국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피할 차량을 대기시켜줬으나 그는 즉각 뿌리치고 목숨 건 사투에 나섰다.

상대는 세계 2위의 군사대국 러시아. 군비 측면에서 러시아에 비해 피라미 규모로 비유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결사항전의 전쟁 지도자로 분연히 나섬으로써 자국민의 존경과 서구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는 과연 누구일까?
코미디언에서 세계적 전쟁영웅으로…젤렌스키 평전 출간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인 앤드루 L. 어번과 크리스 맥레오드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맞서 세계를 단합시킨 이 우크라이나 영웅의 이야기를 엮은 평전을 냈다.

신간 '젤렌스키'는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에 대한 사연과 함께 TV 연예인에서 첫 번째 유대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각국 의회 연설, 인터뷰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올해 44세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겸 배우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전혀 없이 어늘 날 갑자기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청렴하고 공정한 대통령을 다룬 정치 풍자 드라마 '국민의 일꾼'에 출연하면서 말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반전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현실의 부패 대통령에게 염증을 느끼던 국민들은 TV 속 대통령에 열광했고, 대중적 인기에 힘입은 젤렌스키는 드라마 제목과 똑같은 '국민의 일꾼' 정당을 창당하며 대선에 출마해 제6대 대통령이 됐다.

당선 후엔 '왕초보 대통령'으로서 신흥 재벌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반대파들의 예상과 달리 매우 독립적인 정치 행보를 보였다.

전쟁 전에 러시아를 종종 자극하곤 했던 그는 수천 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하는 순간에도 나토(NATO) 가입을 허락해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하자 젤렌스키는 더욱 놀라운 모습으로 변모한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치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전 세계에 지원을 요청했고, 각국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전쟁 양상은 하루하루 달라져 가고 있다.

"젤렌스키는 지금 세계적인 영웅이지만, 뛰어난 국제적 살인조직을 거느린 푸틴이 그의 죽음을 원하기에 그가 전쟁에서 살아남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삶의 여건을 돌아볼 때) 젤렌스키가 굳이 정치에 입문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
저자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키 위해 돈을 기부하기 전까지 그는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고, 수백만 달러의 예금과 호화별장, 그리고 매우 성공적인 직업을 러시아에서 가지고 있었다"며 젤렌스키의 강인하면서도 독특한 리더십에 경이로움을 표시한다.

분쟁 초기 3주 동안 그를 암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가 최소 열두 번이나 있었지만 그는 단념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을 보여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유럽의회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는 자유와 생명을 위해 싸우고 있을 뿐입니다.

확언컨대, 모든 대도시가 봉쇄돼 있지만 누구도 우리의 자유와 국가를 훼손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모든 도시 광장은 그 이름이 무엇이든 '자유의 광장'이라고 불릴 것입니다.

아무도 우리를 꺾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입니다.

"
오세원 옮김. 알파미디어. 240쪽. 1만6천800원.
코미디언에서 세계적 전쟁영웅으로…젤렌스키 평전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