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교수 "학생들 '수포자' 아닌 '수호자'로 만들 것"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아니라 ‘수호자(수학을 좋아하는 자)’란 말을 유행시키고 싶어요.”

권오남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 연구자로서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지난달 14일 아시아권 최초로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제17회 페데르센 교육상을 수상했다. 스웨덴의 수학·과학 교육 혁신을 이끈 페데르센 박사를 기려 제정한 이 상은 수학·과학 교육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이룬 학자에게 주어진다.

권 교수는 이 상을 통해 창의적 수학 교육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1993년 이화여대 수학교육과 조교수로 부임한 이후 2003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창의적 수학 교육 연구에 매달려왔다. 권 교수가 개발한 교육 방식은 수학 현상이 담긴 맥락을 접한 학생들이 이론의 정의와 개념을 재발견하도록 하는 ‘탐구지향 교수법’이다. 이론의 정의와 개념을 학습하고 응용문제를 풀이하는 기존 학습 과정과 반대다. 권 교수는 “미분방정식 등 수학 개념이 발명된 맥락과 개념을 적용한 생활 사례를 먼저 제시한다”며 “학생들은 사례를 분석해 적용된 방정식의 개념을 역추적하고 자신만의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수준으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가 이 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석사과정 논문 주제를 정하고 가설을 증명하는 등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권 교수뿐만 아니라 대다수 동료들이 논문 작업에서 고전했다. 권 교수가 수학 교육 연구를 시작한 1990년대 국내에선 공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문제를 풀이하는 ‘주입식 교육법’이 주류였다.

권 교수는 교육학 석사와 수학 박사를 딴 뒤 창의적 사고를 제한하는 주입식 교육을 바꾸기 위한 연구에 돌입했지만 쉽지 않았다. 권 교수는 “암기가 아니라 맥락 이해를 우선하는 교수법을 개발한다고 할 때 주변에선 나를 이상주의자로 취급했다”며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스스로 생각하는 수업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는 동료 연구자를 찾기 위해 외국행을 택했다. 권 교수는 “처음 국제학회에 갔을 때 서구의 남성 중심 학계에서 동양인 여성인 나는 아웃사이더였다”며 “벽을 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꾸준히 넓히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교수의 목표는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권 교수는 “입시를 위해 주입식으로 수학을 배우니 흥미를 잃고 급기야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수포자라는 말이 아예 없어질 수 있도록 재미있는 수학 교수법을 더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이소현 기자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