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입원 시 가족과 많은 대화 나눠"…11일 오전 발인

어버이날인 8일 오후 81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은 말도, 글도 남기지 않고 눈을 깜빡,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미소를 짓고서 유족들과 작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하 유족 "말도, 글도 없이 고개 끄떡이며 평온하게 가셨다"
9일 고인의 둘째 아들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제 아내와 장인·장모 등 함께 사는 가족 모두 임종을 지켰다.

일일이 손을 잡아보고 웃음을 보이신 뒤 평온하게 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 하루 전인 지난 7일부터는 죽조차 드시지 못했는데, 어제 임종 전 입에 넣어 드린 미음이 마지막 식사셨다"며 "말도, 글도 남기지 못하셨지만,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어느 때 보다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셨다"고 전했다.

1980년대 이후 심취한 생명 사상과 책 출간 이외의 가족 얘기는 잘 하지 않았던 고인은 임종 일주일 전 응급 상황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며느리와 장시간에 걸쳐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평소 잘 하지 않으셨던 가족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제 아내와 많이 나눴고, 평소와는 다른 이 모습에 아내도 펑펑 울었다"며 "아내에게 '우리 집안에 며느리로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지하 유족 "말도, 글도 없이 고개 끄떡이며 평온하게 가셨다"
대표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등의 시집과 산문집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 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 선언을 했다.

고인은 10여 년 전부터 지병으로 투병 생활을 했으며, 여러 차례 응급 상황을 맞기도 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고인은 전날 오후 4시 원주시 판부면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서 이날 오전 특실로 옮겨졌다.

4일장을 치른 뒤 오는 11일 오전 9시 발인한다.

장지는 부인 김영주 씨가 묻힌 원주 흥업면 선영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의 외동딸이자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씨는 1973년 김 시인과 결혼했으며, 2019년 11월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원보 작가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있다.

김지하 유족 "말도, 글도 없이 고개 끄떡이며 평온하게 가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