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연상호·류승완·김혜수·예지원 등 영화계 인사들 잇따라 조문
황희 장관 "훈장 추서 준비 중"…윤 당선인 등 정치권서도 조화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사람이 먼저 가니까…. 좀 더 살면서 활동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아깝죠."
고(故) 배우 강수연 별세 이틀째인 8일 오전 11시 33분께 고인을 '월드 스타'로 만든 영화 '씨받이'(1986)의 임권택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배우자 채령 씨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빈소를 방문한 임 감독은 2시간 넘도록 자리를 지킨 뒤 장례식장을 나섰다.

그는 "(강수연은) 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그 많은 세월을 일했음에도 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장을 주거나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제 입장에서는 좋은 연기자를 만난 행운 덕분에 내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었고, 여러모로 감사한 배우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공식 조문이 시작되자 빈소에는 이른 시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현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전 9시 30분께 일찌감치 다시 빈소를 찾아 종일 자리를 지켰다.

지난 5일 고인이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직후부터 병원에서 곁을 지켜온 김 전 이사장은 최근까지 고인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고인에 대해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로서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그 뒤에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영화계와 한국 영화산업에도 크게 기여한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이날 빈소에는 문소리, 문근영, 박정자, 김혜수, 이미연, 김윤진, 한지일, 류경수, 예지원, 유지태, 김윤진, 김학철, 전노민, 홍석천 등 동료 배우들과 봉준호, 연상호, 윤제균, 류승완, 배창호, 이장호, 임순례, 민규동, 정지영 감독,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등 수많은 영화인이 발걸음을 했다.

고인과 함께 영화 '웨스턴 애비뉴'(1994)에 출연했던 박정자는 3시간여 빈소를 지켰다 나오면서 "영화 현장에서 아주 치열하게, 스태프들과 배우를 응원하는 아주 똑 부러진 여자, 똑순이다"라고 회상하고 "너무 지나치게 똑소리가 나서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너무 잘나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이 든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오전 11시께 빈소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영정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앞으로 다가가 인사한 후 십자성호를 긋고 나서 묵념했다.

봉 감독은 한시간 뒤 빈소를 나서면서 "몇 달 전에 (고인을) 뵀었는데 너무 실감이 안 난다"면서 "영정사진도 보면 영화 소품 같다"고 믿기지 않는다는 심경을 전했다.

고인의 유작이 된 영화 '정이'(가제)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전날 저녁 늦게까지 빈소에서 장례 절차를 준비했고, 이날도 빈소를 찾아 지하 2층 빈소와 1층을 오가며 조문객을 맞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오께 빈소를 찾아 훈장 추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히고 "너무 충격적이다.

지금보다도 더 크게 대한민국 영화사에 큰 역할을 하실 분인데 이렇게 너무 일찍 가신 것이 안타깝다"면서 "우리 국내 영화계가 또는 후배분들이 강수연 씨를 잘 이어서 영화계에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도 2시간 가량 빈소를 지키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고인에게 자신은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천상 연기자', '한국 영화계의 상징'이라고 칭하며 "큰 별이 졌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저에게는 친한 친구이자 존경하는 영화인이고, 영화제를 같이 만들어서 온 사람"이라며 "영화제 위기 때 이분이라면 이걸(집행위원장 역할을) 능히 해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서로 좋지 않게 헤어졌다.

어떻게든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은 이른바 '다이빙벨 사태' 이후인 2015년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수년 동안 계속된 갈등과 파행을 책임지고 2017년 사퇴했다.

임권택 "내 영화 강수연 만나 더 빛났다"…조문 첫날 추모 행렬(종합2보)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을 함께해 온 임순례 감독은 오후 4시께 빈소를 찾아 1층에 놓인 스크린 안내판에 고인의 사진이 뜨자 함께 온 지인에게 "사진을 못 보겠다"고 했다.

고인이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한 영화인 '고래 사냥 2'(1985)를 연출한 배창호 감독은 오후 5시께 빈소를 찾아 "10대 때 강수연씨를 발굴해 쭉 배우로서 커가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아주 흐뭇하고 좋았다"며 "10년 전에 작품을 서로(함께) 하려다가 성사 못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각계에서 보낸 조화가 놓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배우 강동원, 김고은, 김보성, 김의성, 독고영재, 마동석, 송강호, 이정현, 전도연, 주호성·장나라 부녀, 추자현, 한효주, 가수 김건모, 이은미 등이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오던 강수연은 전날 오후 3시께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