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크 그라벨 감독,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아시아 첫 상영
"주인공이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 함께 생각해봤으면"
숨 쉴 여유조차 없는 싱글맘을 쫓는 가쁜 시선…영화 '풀타임'
"먼 출퇴근길, 비정규직, 양육 등 인물이 직면해있는 사회적 상황들에 대해 다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풀타임'의 감독 에리크 그라벨은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제작 의도를 이렇게 소개했다.

풀타임은 파리 교외에 살며 홀로 두 아이를 기르는 '싱글맘' 쥘리에 대한 영화다.

마침내 오랫동안 바라온 직장의 면접을 보게 되지만, 프랑스 전역을 휩쓴 노란 조끼 시위로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쥘리가 겨우 잡고 있던 균형도 위태로워진다.

쥘리처럼 에리크 그라벨 감독도 파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산다.

감독은 기차에서 먼 출퇴근길에 오르는 여성들을 마주하면서 이 영화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시골에서 파리를 오가면서 기차에서 만난 여성들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했다"며 "힘들게 사는 이들, 하지만 다른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숨 쉴 여유조차 없는 싱글맘을 쫓는 가쁜 시선…영화 '풀타임'
쥘리 역은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로도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배우 로르 칼라미가 맡았다.

쥘리는 마켓 리서처로 일하다 4년 전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실업자가 됐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파리 시내에 있는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일하며 겨우 생활비를 번다.

양육비도 보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전남편, 더는 아이들을 봐주지 못하겠다고 성을 내는 이웃, 놀다가 다치는 아들 등 쥘리의 삶은 도무지 숨 쉴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동이 트지 않아 깜깜한 방, 고용한 스크린을 채우는 쥘리의 힘겨운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은 그에 대한 깊은 공감과 동시에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쥘리 역에 로르 칼라미는 가장 적합한 배우였다"라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으면서 일도 놓지 않으려는 쥘리는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쥘리는 능력이 있지만, 지금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인물"이라며 "로르 칼라미는 통통 튀는 코미디 역할을 잘하는 동시에 비극적 역할 또한 소화 낼 수 있을 만큼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 이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배우를 치켜세웠다.

숨 쉴 여유조차 없는 싱글맘을 쫓는 가쁜 시선…영화 '풀타임'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영화 풀타임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전했다.

제78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오리촌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풀타임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아시아 관객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쓸 때만 해도 쥘리가 처한 현실이 프랑스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공감을 일으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외국에서 영화를 소개했을 때 공감을 얻어 기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 일주일간 전주와 서울에서 머무르는 경험은 꿈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쥘리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이 올바른가에 대한 평가보다는 그가 처한 사회적 상황들을 생각하며 영화를 함께 봤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