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150여명 언론인 피살…범죄·비리 파헤치다 위험 처해
'언론인 위험국' 멕시코서 기자 또 피살…올해만 9명째 희생
멕시코에서 또 한 명의 기자가 살해됐다.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 검찰은 5일(현지시간) 쿨리아칸 남쪽의 도로에서 언론인 엔리케 라미레스가 검은 비닐에 싸인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시신에서 머리를 가격당한 흔적이 확인됐다며, 이를 사인으로 추정했다.

지역 일간지 칼럼니스트이자 인터넷 매체 대표인 라미레스는 올해 들어 멕시코에서 피살된 아홉 번째 언론인이다.

전 세계에서 언론인들이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히는 멕시코에선 2000년 이후 150명 넘는 언론인들이 누군가에게 목숨을 잃었다.

마약 카르텔의 범죄 활동이나 정치인들의 비리 등을 파헤치다 살해되는 경우가 많다.

라미레스 기자가 활동하던 쿨리아칸은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이 이끌던 악명높은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다.

라미레스는 카르텔 범죄 소식보다는 지역 정치권 분쟁 등을 주로 다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5년 동료 기자 움베르토 미얀이 피살된 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도 임박한 위협을 느낀다.

내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난 마약조직 기사를 쓰지 않는다.

미얀도 나도 정치인에 대해서만 썼다.

그러나 그것도 미얀이 계속 살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진 못했다"며 "시날로아의 기자들은 도대체 무엇에 대해 써야 하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멕시코 안팎의 언론·인권단체 등은 언론인 살해범에 대한 당국의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언론인 보호조치가 미흡한 것이 사태를 악화한다고 비난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인들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을 한 것도 언론인들에 대한 공격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라미레스 기자 살해 사건을 규탄하면서 지방정부와 협조해 진실을 규명하고 기자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