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실, 양국 정상통화 때 푸틴 발언 발표
고립된 러, 서방 내 밀월관계 이스라엘과 파탄 우려한듯
"푸틴,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 외무장관 발언 사과"(종합2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을 이례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푸틴 대통령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 5일(현지시간) 전화통화에서 독일 나치정권 지도자인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이라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최근 주장을 사과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대인인데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가 군사작전의 명분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이라고 답했다.

이에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이 "용납할 수 없는 터무니 없는 발언이자 끔찍한 역사적 오류"라고 비판하고, 베네트 총리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홀로코스트를 들먹이지 말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사과를 진지하게 수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리실은 "베네트 총리가 사과를 받아들였고,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과 유대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준 것에 푸틴에 감사를 표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사과 배경으로는 러시아와 서방의 일원인 이스라엘의 미묘한 밀월관계가 주목을 받는다.

이스라엘은 러시아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달리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비판을 자제해왔다.

"푸틴, '히틀러도 유대인 혈통' 외무장관 발언 사과"(종합2보)
적성국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등 중동에서 활동하는 데 러시아의 협조와 묵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이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정황을 비판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양국관계에 긴장이 형성됐다.

라브로프 장관의 '히틀러 유대인설'은 그런 상황에 나와 양국관계를 급격히 악화할 변수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의 직접 사과는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러시아가 이스라엘까지 완전히 떠나보내는 상황을 서둘러 진화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역내 활동에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한 이스라엘로서도 갈등의 추가확대를 막으려고 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러시아 측이 공개한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에는 푸틴 대통령이 사과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통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 대표들의 협력하에 이뤄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대피 등 인도주의 조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인들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간인들의 무사한 대피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전투원들에게 무기를 내려놓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러시아와 이스라엘이 모두 5월 9일에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희생자 등 모든 전몰자를 추도하는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 기념일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베네트 총리는 지난 3월 말에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으며, 3월 초에는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