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밀어붙인 巨與, 이젠 '한덕수 볼모'로 새정부 발목잡기
“야당의 비협조로 길어지는 국정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 국회는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 임명을 놓고 벌어지는 난맥상을 꼬집은 유력 정치인의 SNS 글이다. 하지만 작성자가 국민의힘 의원이 아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5월 당 원내대표로서 썼던 내용이다.

국회 인준이 필요한 총리 임명을 볼모로 내각 인선을 지연시키는 정쟁이 1년 만에 ‘공수’만 바뀐 채 재연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위한 조건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김부겸 당시 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 국민의힘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김 총리 인준안을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가결시켰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출석 176명, 찬성 168명으로 인준안을 처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만큼 더 이상 국정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년 전 민주당이 인준안 강행 처리의 이유로 제시한 국정 공백 우려는 지금이 오히려 더 크다. 40년 만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등에 따른 공급망 붕괴도 심각하다.

총리 인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18개 부처 장관에 대한 임명이 차질을 빚게 된다. 1년 전엔 해수부와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정도였다.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반쪽 내각’, 신구 정부의 ‘동거 내각’이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후보자가 총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민주당의 주장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과 론스타 관련 의혹 등도 해당 기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을 지금 와서 총리 인준의 결격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정략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5일 한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뢰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1년 전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지금보다 높았던 것도 아니다. 임혜숙 장관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과 스페인, 뉴질랜드 등지에 국가 지원금으로 출장을 가면서 두 딸을 동행했다. 제자의 논문과 비슷한 내용의 논문에 남편을 제1 저자로 게재해 학회지에 등재하기도 했다.

“박준영 후보자가 ‘도자기 밀수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듯,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온 정호영 후보자가 낙마하는 선에서 총리 인준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어차피 우리야 이제 야당인데 뭘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로는 당장 다음달 지방선거와 2년 뒤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미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 시간 조정 등의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큰 상황이다. 관련 법안 통과 이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여론은 50%를 훌쩍 넘기고 있다. 곧 야당이 되는 거대 정당의 통 큰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가 출범은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