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추진에 도발 수위 올려

러시아군이 발트해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가상의 적을 핵탄두 미사일로 공격하는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고 AF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는 발트해에 핵무기 배치해 방어수단으로 삼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이동식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뮬레이션 연습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70일 만에 이뤄진 핵 공격 훈련이다.

훈련이 열린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러시아의 역외영토다.

[우크라 침공] 러, 발트해 칼리닌그라드서 핵 공격 모의훈련 실시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지만, 이곳에는 핵무기 저장시설이 있고 2018년부터는 전술핵과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가 실전 배치됐다.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가상 적국의 미사일 발사대와 비행장, 보호 대상 기반시설, 군사장비, 군사 지휘소를 대상으로 미사일 타격 모의 연습을 했다.

모의 발사 후에는 적의 원점 보복 타격을 회피하기 위해 발사 위치를 옮기는 기동 훈련이 이어졌다.

전투부대는 방사능·화학무기 공격을 당했을 때를 가정한 대응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번 훈련에는 100명 이상의 병력이 참여했다.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직후부터 군에 핵무기 준비 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번개처럼 빨리' 보복 공격을 가하겠다는 경고도 날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을 이유로 침공했으나 오히려 다른 중립국들도 나토 가입을 타진하며 나토의 세력이 커지자 러시아의 핵 도발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모두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라 중립적 태도를 견지하며 그동안 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론이 달라지면서 나토 가입 논의는 급진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달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우크라 침공] 러, 발트해 칼리닌그라드서 핵 공격 모의훈련 실시
그는 두 국가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더 많은 적대국을 갖게 될 것이라며 "발트해에서 더는 핵 없는 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있을 수 없다.

균형은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국영방송 등을 활용해 핵무기 배치에 대한 자국민의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신문 편집장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지금까지 2주간 우리는 '핵무기 사일로(저장고)가 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TV 화면을 통해 들어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