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 노린 명백한 혐오 범죄…예방 대책 마련해야"
[현장in] '수상한' 백색가루·낚싯바늘…불안한 견주들
"그저 평화로운 공원이었는데…"
지난 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공원에는 화창한 날씨에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벤치에 앉아 봄을 즐기는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2009년 군부대 시설을 철거한 땅에 새롭게 조성된 부평공원은 면적 11만3천㎡ 규모의 도심 속 대형 공원이다.

인근에 사는 견주들에게는 대표적인 반려견 산책 장소로도 유명하지만, 최근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들어 부평공원에서 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도구나 물질이 잇따라 발견되며 산책길 안전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실제로 부평공원을 방문한 견주들은 여유로운 걸음걸이와 달리 저마다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애완견 시츄와 함께 산책을 나온 박단비(31)씨는 5일 "인적이 드물거나, 구석진 곳에는 강아지가 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걷는 중에도 계속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토로했다.

보더 콜리를 키우는 20대 김모씨도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나서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다른 견주분들도 최대한 공원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장in] '수상한' 백색가루·낚싯바늘…불안한 견주들
지난달 25일 부평공원 내 풀숲에서는 성분을 알 수 없는 백색 가루를 흡입한 강아지가 쓰러졌다.

이 사건의 피해 견주는 동네 커뮤니티에 "우리 집 강아지가 풀숲에 있는 하얀 가루를 흡입하더니 4번의 구토 후 거품을 물고 축 늘어졌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강아지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생사를 오가고 있다"면서 "견주분들은 부평공원 산책 시 조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가 공유한 사진에는 공원 풀숲에 있는 잎사귀와 낙엽 주변으로 백색 가루가 뿌려진 모습이 담겼다.

앞서 지난 1월 16일에는 공원 내 낙엽 더미 사이에서는 소시지를 끼운 낚싯바늘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 목격한 한 견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일부러 사람들 눈에 잘 안 띄고 강아지들이 냄새로 찾을 수 있도록 낙엽에 가려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 공원은 강아지들이 많이 모여 '개동산'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소시지를 놔둔 것은) 실수가 아닌 악의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현장in] '수상한' 백색가루·낚싯바늘…불안한 견주들
경찰은 두 사건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공원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가 많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부평공원을 자주 찾는 견주들은 두 사건이 모두 의도적으로 동물을 노린 '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용의자 특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사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호(49)씨는 "반려견이 많이 찾는 공간인 만큼 개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불만이 쌓일 수는 있을 것 같다"며 "공원 내에서도 적절한 공간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동행세상 엄지영 대표는 "최근 동물보호법이 개정됐으나 동물 학대 관련 처벌 수위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범죄 예방을 위한 현장 관리인 배치와 CCTV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장in] '수상한' 백색가루·낚싯바늘…불안한 견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