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150년된 병영 리모델링…여성 염두에 둔 1인실 포함
500년 역사 바티칸 스위스 근위대 '금녀의 벽' 허물어질까
교황청을 엄호하는 스위스 근위대에 5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근위병이 탄생할까.

교황청이 기존의 낡은 스위스 근위병 병영을 리모델링하면서 여성 근위병의 입영 가능성을 염두에 둔 1인실을 만들 예정이어서 시선을 끈다.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교황청과 스위스 근위대 측 대표단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 바티칸 병영 리모델링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현재 스위스 근위대가 생활하는 바티칸 병영은 150여년 전 지어진 것으로 매우 낡고 규모가 작아 현대식 개보수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성을 가진 외부 건축 양식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사실상 완전히 새로 짓는 방식의 리모델링에 합의했다.

예상되는 총 건축 비용은 4천500만 스위스 프랑(약 581억 원)으로 양측이 적정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는 2025년 희년을 지낸 뒤 시작된다.

눈에 띄는 점은 새 병영에 개인 화장실을 갖춘 1인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근위대 관계자는 "여성 근위병 탄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며, 바티칸과 교황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결단하면 여성 근위병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다.

교황이 2013년 즉위 이래 로마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역할과 지위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점에 비춰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은 지난 3월 반포한 새 헌장을 통해 역사적으로 남성 성직자가 독식해온 교황청 부서 장관에 여성을 임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도 했다.

빨강·노랑·파랑 줄무늬의 알록달록한 유니폼으로 유명한 스위스 근위대는 교황청이 보유한 유일한 군사 조직으로, 청내 치안과 교황의 안전을 담당한다.

216대 교황 율리오 2세(1443∼1513)가 1503년 즉위 후 스위스로부터 200명의 용병을 파견받아 근위대를 창설한 게 그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 국적을 가진 19∼30세 사이 미혼의 남성 가톨릭 신자에 키가 최소 174㎝ 이상이어야하는 등 엄격한 자격 기준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