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전형 단순화 방향과 안 맞아" vs "일반고 학생에게 기회"
고려대, 2024학년도 정시에 '내신 반영 전형' 신설…427명 선발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도 정시에 학생부 성적을 반영한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려대는 2024학년도 정시 모집에 '수능-교과우수전형'을 신설하고 427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고려대가 최근 발표한 2024 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능-교과우수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80%와 학생부(교과 정량평가) 20%를 일괄 합산하는 전형이다.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수능 80%, 교과 20%에 더해 적성·인성 면접이 추가된다.

고려대는 2023학년도에는 정시에서 수능 100%로 평가하는 '수능-일반전형'(정원내 기준)으로 1천476명을 뽑는데, 2024학년도에는 이를 1천67명으로 400여 명 줄이고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전형을 신설한 것이다.

'수능-교과우수전형'을 '수능 위주 전형'의 약 25% 비중으로 포함시킨 고려대의 이 같은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심의를 통과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름에 '교과우수'라는 표현이 들어가 헷갈릴 수 있지만, 수능 성적이 80% 반영되는 수능 위주 전형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 전형이 수능 위주 전형에 포함되면서 고려대의 2024학년도 전체 선발 인원 중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은 40.3%로 오히려 2022학년도(40.1%), 2023학년도(40%)보다 소폭 높아졌다.

교육부는 수시 학생부종합(학종) 전형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커지자 2023학년도까지 주요대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40%로 확대하기로 하고 대학들을 상대로 이를 유도해 왔다.

이 때문에 이 전형에 대해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의 '정시 확대'나 '입시전형 단순화' 방침의 취지를 거스르고 학생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2학년 학부모는 "수능 성적을 맞춘 아이들 사이에서 내신 성적을 본다는 건데, 결국 내신을 고3 때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수능 준비를 위해) 재수를 하라는 거냐"고 지적했다.

다만 고려대의 이 전형은 수능 100% 전형 외에 별도로 전형을 뒀고 학생부 중에서도 교과 성적을 정량평가한다는 점에서 서울대의 수능 전형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에 이어 2024학년도에도 정시 일반전형에서 1단계(2배수)를 수능 100%로 평가하고 2단계에 교과평가를 20% 반영하되, 교과 성적뿐 아니라 교과목 이수 내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을 평가한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들의 출신 고교별 차이가 드러나기에 "사실상 학종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시업계는 이런 전형이 실제 학생 선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수능이나 학종에서 비교적 유리한 특목·자사고, 학군지 일반고에 비해 비학군지 일반고 학생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수능 체제의 변화는 예고된 것인데, 논술과 같은 대학별 고사도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대학으로서는 교과에 눈을 돌리게 된다"며 "정성평가가 아닌 순수한 교과 성적을 반영한다면 일반고 학생도 정시에서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선언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