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부터 폐지해야"…14차례 회의 거쳐 의견서 발표
표현의자유·사회적책임위 "징벌적 배상, 언론보도 위축 우려"
언론 협업단체들이 언론 자유와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꾸린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위원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징벌적 배상안이 비례 원칙에 반하고, 언론의 자기 검열을 불러와 보도를 위축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3일 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연 '언론의 표현 자유와 사회적 책임구현을 위한 의견서'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며 "위자료액 현실화로 접근함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위원회는 의견서에서 "언론에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면 이미 여러 국제기구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처럼 국정농단 사건에서와같이 확실하게 입증하기는 어렵지만,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는 사안에 대한 초기 의혹 보도, 소송을 당한 후의 후속 및 추가 보도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의 알 권리도 침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이익보다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개정안에 포함된 '기사 열람 차단 제도'를 두고도 그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며 막연해 남용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정정보도 분량을 기사의 2분의 1로 일률적으로 정한 개정안 내용을 두고는 "기사의 성격과 내용, 형식에 따라 불합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피해자 의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언론 피해자를 위한 실질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위원회는 그간 언론 관련 권리와 의무의 기준이 언론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표현행위에도 영향을 미쳐왔다는 점을 전제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에 앞서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이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인권기준에 반하는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법적 처벌이 존재하는 한 별도의 징벌적 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위원회는 허위 조작정보를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일반 시민의 표현 행위에 결과적으로 공적·사적 검열을 야기한다"며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협의체와 별개로,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 법조계, 언론협업단체의 추천을 받은 16인으로 구성됐으며, 그간 14차례 회의를 통해 이날 발표한 의견서를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