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극단 선택 막은 신입 경찰관…"힘들 땐 손을 내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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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지구대 배동한 순경…"극단 선택 고민되면 112 신고를"
"어떻게든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늦지 않아서 다행일 뿐입니다.
"
2일 서울 동작구 상도지구대 앞에서 만난 배동한 순경은 한 달 전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해 4월 지구대에 전입해 이제 막 만 1년을 채운 신참인 배 순경은 지난 3월 초 기지를 발휘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시민을 구했다.
배 순경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거점 순찰을 하는데 오후 2시를 조금 넘기자 '코드1'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시민을 구해야 한다는 신고였다.
경찰의 112 신고 대응은 코드0∼4까지 5가지로 분류되는데, 코드1은 코드0과 '최단 시간 내 출동'을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수위 단계다.
신고를 받자마자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하필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라 도착이 자꾸만 지연됐다.
그러나 배 순경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도착해서 어떻게 행동할지 머릿속으로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며 "그간의 경험을 되살리며 CPR(심폐소생술)이나 화재 진화 등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지속해서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배 순경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미리 파악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중잠금장치 탓에 문이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다.
배 순경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연기가 보이고 타는 냄새도 심하게 났다"며 "보통 문을 강제 개방하려면 장비를 갖춘 소방의 도움이 필요한데, 공동대응을 요청한 소방대원이 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어떻게든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반복해서 문을 앞뒤로 강하게 잡아당겼더니 어느 순간 이중잠금장치가 부서져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A씨는 전혀 의식이 없었다고 했다.
쓰러진 A씨 곁에 수많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화재 위험도 있는 상태였다.
배 순경은 "우선 혼자서 A씨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 깨우고자 했다"며 "10분가량 지나자 A씨의 동공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스스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의식을 차린 모습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A씨는 한사코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배 순경은 포기하지 않고 1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A씨를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배 순경은 사건 당시를 떠올리는 내내 '정말 다행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A씨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 때 112에 신고하시면 자살예방센터 등 연계 기관과 연결해드리고 지속해서 상담도 해드린다.
꼭 112에 먼저 한 번 신고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늦지 않아서 다행일 뿐입니다.
"
2일 서울 동작구 상도지구대 앞에서 만난 배동한 순경은 한 달 전의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해 4월 지구대에 전입해 이제 막 만 1년을 채운 신참인 배 순경은 지난 3월 초 기지를 발휘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시민을 구했다.
배 순경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거점 순찰을 하는데 오후 2시를 조금 넘기자 '코드1' 신고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시민을 구해야 한다는 신고였다.
경찰의 112 신고 대응은 코드0∼4까지 5가지로 분류되는데, 코드1은 코드0과 '최단 시간 내 출동'을 목표로 하는 최고 수준의 수위 단계다.
신고를 받자마자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하필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라 도착이 자꾸만 지연됐다.
그러나 배 순경은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도착해서 어떻게 행동할지 머릿속으로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며 "그간의 경험을 되살리며 CPR(심폐소생술)이나 화재 진화 등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지속해서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나 배 순경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미리 파악한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이중잠금장치 탓에 문이 조금밖에 열리지 않았다.
배 순경은 "살짝 열린 문틈으로 연기가 보이고 타는 냄새도 심하게 났다"며 "보통 문을 강제 개방하려면 장비를 갖춘 소방의 도움이 필요한데, 공동대응을 요청한 소방대원이 오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A씨는 전혀 의식이 없었다고 했다.
쓰러진 A씨 곁에 수많은 술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화재 위험도 있는 상태였다.
배 순경은 "우선 혼자서 A씨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 깨우고자 했다"며 "10분가량 지나자 A씨의 동공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스스로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의식을 차린 모습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A씨는 한사코 병원에 가기를 거부했다.
배 순경은 포기하지 않고 1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A씨를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배 순경은 사건 당시를 떠올리는 내내 '정말 다행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꼭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A씨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 때 112에 신고하시면 자살예방센터 등 연계 기관과 연결해드리고 지속해서 상담도 해드린다.
꼭 112에 먼저 한 번 신고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