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티 테일러, 어맨다 세라노에 판정승
무하마드 알리 등 남성 복싱 영웅들이 시대를 풍미한 복싱 경기장인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처음으로 여성 복싱 경기가 열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트웨이트급 세계 챔피언 케이티 테일러와 도전자 어맨다 세라노의 경기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렸다.

난타전 끝에 아일랜드 복서 케이티 테일러가 판정승을 거두며 21승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세라노 역시 경기에서 졌지만 역사적인 복싱 무대에 올라 선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번 경기는 여성 복싱 역사상 최대 경기로 평가받으며 큰 관심을 모았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 등 내로라하는 복싱 스타들이 경기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지금까지 여성 경기가 메인 이벤트로 열린 적은 없었다.

로이터는 "여성 복싱의 선구자 크리스티 마틴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는 여성 복싱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라고 전했다.

프로모터 '매치룸 박싱'은 이번 경기가 2017년 영국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앤서니 조슈아와 블라디미르 클리치코의 헤비급 경기보다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아일랜드 출신 복서 테일러의 이번 경기를 조명하면서 이날 경기가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복싱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과 아일랜드 등 수많은 국가에서 여성 복싱은 오랫동안 금기시되다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허용됐다.

여자 복싱 아마추어 챔피언을 지낸 제인 쿠치가 고국인 영국에서 프로 경기를 치르려 했지만 불허 당하자 소송을 통해 겨우 영국의 첫 여성 프로선수로 허가를 받은 것이 1998년이다.

당시 영국복싱협회는 "여성은 복싱을 하기엔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경기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당시 사회에는 여자 복싱을 받아들이지 않는 벽이 있었고 여성 경기에 대해 역겹다고 얘기하는 분위기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점차 여성 복싱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이번 방어전에 성공한 케이티 테일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권투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6년 프로로 전향한 후 영국의 여성 복싱을 개척해왔다고 BBC는 전했다.

쿠치는 "어떤 여성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메인 경기를 뛴 적이 없는데 표가 매진될 정도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가졌다"라며 "이번 경기는 사상 최대의 대결이면서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