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말이라고 '다 털고 가자'식 광폭 사면은 할 수 없어"
'MB 사면이 핵심' 靑 설명…정치권 관심은 김경수로 쏠릴 듯
깊어지는 사면 고민…靑 "국민통합이 기준" 무분별한 요청 경계
각계에서 이어지는 특별사면 요구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아직 사면을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사면 가능성이 연일 보도되며 각계 인사들로부터 '사면요청 건의'가 쇄도하고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상황이 더 복잡해져 가고 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애초 청와대 안팎에서는 사면과 관련한 논의가 그리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에서 사면 문제가 다뤄지지 않자 사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 각계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제인,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사면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현재는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다.

일부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이 내달 8일 석가탄신일에 사면을 하는 것으로 마음을 거의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구체적으로 대상자의 자료를 살피고 있다는 보도 등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측은 "정해진 바 없다", "알려진 바 없다"는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면은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현 시점에서 사면 단행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면요청이 지나치게 쇄도하는 것이나, 각계 인사들이 나서서 '통 큰 사면'을 재촉하는 듯한 최근의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임기 말이라고 해서'다 털고 가자'는 식의 사면은 할 수 없지 않나"라며 "사람이 아니라 국민통합에 도움이 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민통합이라는 확실한 판단 기준이 있는데, 지금은 사면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언급되면서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면에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현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로 옥고를 치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이 모두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사면된다면 국민통합이라는 명분도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데에는, 그만큼 이번 사면논의 과정에서 김 전 지사나 정 교수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문 대통령에게 한층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사면 고민이 마치 '자기편 끼워넣기' 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결국 정치권의 관심은 결국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할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이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의 사면에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를 그대로 두고서 이들만 사면하기에는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김 전 지사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이 경우 여전히 '자기편 끼워넣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진다는 게 문 대통령의 고민 지점이다.

또 김 전 지사에 정 교수까지 모두를 한꺼번에 사면할 경우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야기해 온 '사면권 최소화' 원칙에 어긋난다.

결국은 어떤 선택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 여론과 공감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하고자 한다면 금주 안으로는 최소한의 가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사면을 결단할 경우 임기 종료 하루 전날인 석가탄신일이 유력한 시점으로 점쳐지는 만큼 열흘 안팎의 촉박한 시간에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사면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