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보고서 "核독트린 공세적으로 변화…화성-17형 등 전략무기 중점 조명"
"北 2만명 동원 '역대급' 열병식…리설주 동행은 김정숙 상징성"
북한이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에 총 2만여명을 동원해 '역대급' 열병식을 개최하고, 대내외에 공세적인 핵 독트린(교리)으로의 변화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8일 '북한의 조선인민혁명군창건 90주년기념열병식 분석' 보고서에서 이번 열병식을 두고 "72개 종대, 2만여 명이 참여해 최근 5년 내 열병식 중 가장 큰 규모"라며 "등장 무기의 다양성, 전략적 가치와 위력, 전체 종대 규모 등으로 보면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는 1만5천명,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 열병식에는 1만명이 동원됐던 것을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다.

열병식에서 식별된 무기는 총 26종, 170대로 종류·개수만 단순히 비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치러진 11번의 열병식 중 4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나 2019년 이후 개발된 신종 전략·전술 무기가 망라되면서, 그 다양성과 전략적 가치·위력 면에서 화려함을 자랑했다.

"北 2만명 동원 '역대급' 열병식…리설주 동행은 김정숙 상징성"
26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열병식 행사 사진이 152장 실려 김정은 집권 이래 역대 열병식 가운데 가장 많은 장수를 자랑했다.

이 가운데 무기 사진은 60장으로, 역대 최다였던 2020년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의 62장에 육박한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은 13장씩 발행하는 등 핵심 전략무기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면서 과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연설에서 공세적인 핵 교리(독트린)로의 변화를 시사했다고도 지적했다.

'국가의 근본 이익'이 침탈될 때 '둘째 사명'을 결행하겠다고 밝힌 부분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설명이다.

또 평화와 안전, 전쟁 억제를 위해 핵무기 고도화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이는 "핵무기 고도화 프로세스와 북미 협상을 분리하는 이중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北 2만명 동원 '역대급' 열병식…리설주 동행은 김정숙 상징성"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이례적으로 열병식에 동행한 점을 두고는 항일 무장투쟁과 군 창설에서 선대 김정숙의 역할 내지는 상징성을 고려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김정숙은 김 위원장의 조모로,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 빨치산 운동을 했기에 사후에 '백두산 여장군'의 이미지로 우상화됐다.

리 여사는 2018년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 이후 처음으로 이번 열병식에서 사열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당·국가 기념일 열병식이 아닌 군 기념일 열병식에만 참석한 셈이다.

한편, 홍 실장은 김 위원장이 이날 5천300자 분량의 연설문을 비교적 빠르게 읽은 것을 두고 체중 감량으로 인한 효과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