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8일 수도권 전세가격이 지난 10년(2011~2021년)간 72.2% 뛰었지만 물가와 금리를 감안한 주거비는 5.7% 떨어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 ‘체감 주거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다. KDI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I는 이날 ‘임대주거비 변화와 주택공급’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전국 실질 통합주거비지수가 2011년 말 대비 14.5%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수도권은 5.7%, 비수도권은 20.5%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전국 실질 통합주거비지수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3% 하락하다가 2020년 3.9%, 2021년에 7.3% 상승했다”며 “2020년 이후 주거비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간 하락한 데 따른 효과로 현재 주거비 수준이 2011년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 전세가와는 큰 차이가 있다. KDI 분석에서 주거비가 5.7% 하락한 수도권의 경우 지난 10년간 전세가격이 72.2% 상승했다. 이런 차이는 KDI가 제시한 통합주거비지수가 전세 보증금을 주거비용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은 계약 종료 후 반환되기 때문에 주거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빼고 금리 등 조달비용 관점에서 주거비를 보면 통합주거비는 전세가격보다 금리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오 팀장은 ‘주거비가 저렴했다는 분석에 국민이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좀 다른데 전국적으로는 그런 모습”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세 말고 월세로 살 때 월세를 얼마나 내느냐가 결국 기회비용”이라며 “전세금을 빼서 다른 데 쓰거나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 보고서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축소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홍장표 KDI 원장은 문재인 청와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KDI가 지난 1월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부동산 동향 보고서’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진규/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