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위기' 세실극장, 공연 창작플랫폼 변신
폐관 위기에 몰렸던 서울 정동 세실극장(사진)이 국립정동극장의 제2 제작극장으로 재탄생한다.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실극장을 연극·뮤지컬·무용·전통예술 등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우수 공연 작품을 무대화하는 창작 플랫폼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폐관 위기에 놓인 세실극장을 운영해보겠느냐는 제안을 건물 주인인 대한성공회로부터 받았다”며 “1976년 개관해 국내 연극사에서 상징성을 가진 세실극장을 보존하고 국립정동극장과의 연계를 통해 정동을 공연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실극장은 1970~1980년대 국내 소극장 연극 문화를 주도한 극장 중 하나다.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 1~5회가 열렸고,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연극의 중심지가 대학로로 이동하면서 운영난을 겪어 왔다. 지난해 말 서울연극협회의 위탁 운영이 종료되면서 폐관 수순을 밟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립정동극장은 세실극장을 ‘2차 제작극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다양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 쇼케이스 제작 단계에 그쳐 실제 무대화·상업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작품이 많다”며 “젊은 예술가들의 아이디어가 관객들 앞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중간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실극장은 오는 7월 재개관한다. 첫 작품은 연극 ‘카사노바’다. 스코틀랜드 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동명 작품을 재해석해 국내 초연한다. 지난해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임지민이 연출한다.

세실극장 인근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은 8월 재건축에 들어간다. 1995년 개관 후 27년 만이다. 대극장 662석·소극장 313석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으로, 2024년 재개관이 목표다. 김 대표는 “재건축 기간 동안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을 임대하고 세실극장 등을 활용해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