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소식에 소셜미디어 관련주들의 주가도 일제히 뛰었다. 머스크의 계획대로 트위터가 비상장사로 전환할 경우 트위터 지분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대체재로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운영 중인 메타의 주가는 나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1.56% 오른 186.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후 2시까지 183달러 선을 맴돌던 이 회사 주가는 트위터 인수 협상이 급물살을 타자 장 마감을 앞두고 187달러 문턱에 다다랐다. 다른 소셜미디어 관련 종목인 알파벳(3.04% 상승), 핀터레스트(2.09%), 스냅(0.50%) 등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알파벳은 자체 SNS 플랫폼을 운영 중이진 않지만 검색 엔진을 이용해 광고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SNS 업체들과 시장이 겹친다.

미국 벤처캐피털(VC)인 벤처마크컴퍼니의 마크 즈구토비츠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로 인해 트위터 주주들이 알파벳, 메타, 스냅과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에 투자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알파벳이 운영 중인) 구글이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강화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 광고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스트리트리서치의 블레어 레빈 애널리스트도 알파벳과 메타를 이번 인수전의 수혜자로 꼽았다.

소셜미디어 업체들에게 경쟁사인 트위터의 피인수가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건 머스크가 트위터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혀서다. 트위터가 비상장으로 전환하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를 포트폴리오에 일정량 유지하려는 투자자들이 트위터를 대체할 투자처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트위터를 개편하려는 머스크의 구상에 회의적인 시선도 다른 업체에 호재가 되고 있다. 레빈 애널리스트는 “트위터가 공개 플랫폼으로 전환한 뒤에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언급했다.

트위터로 시장 관심이 쏠리면서 내부 고발자의 폭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메타가 ‘한숨’ 돌리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페이스북 프로젝트 매니저였던 프란시스 하우겐이 “페이스북이 자사의 서비스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회사가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메타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메타로선 이번 인수 덕분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메타, 스냅, 핀터레스트 등의 소셜미디어 업체 주가들은 연초 대비 15~45% 하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유행 완화로 실외 활동이 늘어난 가운데 유럽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나홀로 옷지 못한 종목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합병을 추진 중인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디지털월드에퀴지션코퍼레이션(DWAC)의 주가는 이날 -12.90% 폭락했다. 트위터에서 퇴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이날 사내 미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른다”며 “머스크와 이 사안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가 선호하는 ‘밈 코인’으로 알려진 도지코인은 코인게코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30분 기준 25.7% 오른 0.1619달러에 거래 중이다. 트위터에서 향후 도지코인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