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엔 그냥 무심히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무려 10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켰던 야자수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20m가 훌쩍 넘는 이 야자수가 레포르마 대로에 심어진 것은 지난 1910년입니다.

야자수가 우뚝 서 있는 교차로의 이름도 '야자수 로터리'일 정도로 시민들에겐 상징적인 나무입니다.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멕시코시티 시장은 지난 21일 이 야자수가 균 감염 등으로 병든 탓에 로터리에서 뽑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통 200년 넘게도 사는 종(種)이지만 해발 2천240m의 멕시코시티에선 제 수명을 다 채울 순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멕시코시티는 100년 넘게 도시를 지킨 나무를 예를 갖춰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이날 하루 시민들은 야자수 주위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손뼉을 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시 당국은 시민들의 통행이 줄어드는 밤 11시 무렵부터 도로를 막고 나무를 뽑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일단 치료를 시도한다고 합니다.
주인을 잃어버린 휑한 야자수 로터리를 채울 다른 나무는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