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정토종 사찰인 조조지(增上寺)에서 19세기 중반 제작된 판화 목판이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조조지에서 1845년 판각 작업을 완료한 가로 105㎝, 세로 109㎝ 정토만다라 목판을 다음 달 2일 개막하는 '영원한 행복의 세계-동아시아 정토판화 특별전'에서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불교에서 정토(淨土)는 번뇌의 굴레에서 벗어나 영원히 행복한 세계를 의미한다.
만다라는 우주 법계(法界)의 덕을 나타낸 불화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여 년 전쯤 조조지 정토만다라 목판으로 찍은 판화를 수집했고, 목판은 2020년 12월 일본 경매에서 낙찰받아 국내로 들여왔다"며 "약 30년간 모은 동아시아 고판화 자료 6천여 점 가운데 최고 수준의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조지 목판은 사람 손으로 조각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교하다"며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상태, 크기, 그림 배치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목판은 세 점으로 구성되며, 재질은 산벚나무다.
뒷면에 조성 내력을 정리한 묵서(墨書·먹물로 쓴 글씨)가 남아 있다.
한 관장은 묵서 내용에 대해 "1843년 화공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했고, 1845년 6월 23일 완성해 한 장을 간행했다.
당시 주지가 자신의 재물 30금으로 제작했다.
1980년 미쓰이 준세이(三井淳生)가 70매를 찍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목판이 만들어질 당시 일본에서는 목판화 형태로 제작된 풍속화인 우키요에가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고판화 연구자인 박도화 박사는 "묵서가 있어서 정토만다라 목판 제작 시기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시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발원(發願·신에게 소원을 빎)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16세기 정토만다라 채색판화와 에도 시대에 찍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만다라 판화들도 나온다.
전시장에 등장하는 70여 점 가운데 절반가량은 정토종이 유행했던 일본 자료다.
한국과 중국 자료는 각각 10여 점, 20여 점이다.
우리나라 유물은 강원도유형문화재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 '용천사판 불설아미타경'의 그림 등을 볼 수 있다.
중국 자료로는 명나라 말기에서 청나라 초기 사이에 제작된 '아미타래영도'와 광저우 지방에서 새긴 '반야용선도' 등이 출품된다.
한 관장은 "동아시아인들이 꿈꿔온 영원한 안식처인 정토 세계를 고판화를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