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손석구 /사진=JTBC
'나의 해방일지' 손석구 /사진=JTBC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로 열연 중인 손석구가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는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는 마을에 어느 덧 정착해 일과 술 밖에 모르는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외지인 구씨 역을 맡았다.

그의 이름은 마을 사람 누구도 몰랐고, 그의 입으로 그저 ‘구가’라 칭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 하루에 하는 말도 몇 마디 안됐던 그의 정체는 철옹성처럼 베일에 쌓여 있었다.

그런 구씨의 정체가 슬금슬금 드러나자 왠지 모르게 기대가 높아졌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을 것 같은 구씨는 염미정(김지원)을 ‘추앙’하기 시작했다. 염씨네에서 가끔 먹는 밥과 집에서 매일 마시는 술 외에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도 없다시피 했던 그는 염미정과 단 둘이 외식이란 것도 했다.

구씨는 자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마주했고, 그 벽은 다른 이들에게는 더 높았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소주 병을 보면서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듯 눈을 돌렸다. 이를 대신 치워주고 있던 염창희(이민기)를 보며 “내가 싼 똥 누가 치워주는게 니들은 고맙냐?”며 면박을 줬다. “적당히 했어야 되는데 너무 열어 줬어”라며 잠시나마 빗장을 풀었던 자신의 모습을 실수라고 자조했다.

염미정을 차츰차츰 ‘추앙’하는 것처럼, 구씨는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언제 다 치울지 모를 소주병도 치웠고, 왜 그렇게 방 한가득 병을 모았는지도 털어놨다. 그런 그의 정체 역시 천천히 베일을 벗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방송 말미엔 드디어 구씨의 이름이 ‘구자경’임이 드러났고, ‘움직일 때’라는 메시지에 그의 과거가 범상치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손석구는 사연 많고 비밀 많은 구자경의 내면을 빌드업하듯 한 겹, 한 겹 층층이 쌓아내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캐릭터인줄 알았던 구씨는 사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인물이었던 것. 사람들과 완전히 담을 쌓지도, 그렇다고 모든 둑을 허물지도 못하지만 개울가를 전력질주 해 뛰어넘는 의지를 지닌 갈등 많은 캐릭터도 손석구를 만나 리얼리즘을 띄고 있다.

특히, 출연하는 작품마다 인생캐를 경신한 손석구는 이번 작품 역시 스펙트럼을 넓히며 하나의 명캐릭터를 추가했다. 매 작품 개성 있는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이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더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중반부 진입을 앞두고 있는 ‘나의 해방일지’에서 손석구가 그려낼 구씨는 어떻게 변주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매주 주말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