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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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그룹 내 물류·정보기술(IT) 서비스 회사와 다른 계열사 간 거래 공시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택배나 폐쇄회로TV(CCTV) 설치 내역까지 일일이 공시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감시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공시 범위가 너무 방대해 기업들이 의도하지 않게 공시를 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달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해 계열사 간 물류·IT 서비스 연간 거래금액이 매출 또는 매입액의 5% 이상이거나 50억원(상장회사는 200억원) 이상이면 거래 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71개 기업집단의 2612개 계열사가 공시 대상이다.


이들 기업의 관련 책임자는 공시 부담으로 패닉 상태에 몰렸다. 사내 모든 거래를 △업종과 거래 품목 △대금 지급 조건 △거래 상대방 선정 방식 △해당 금액별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한 회사가 많게는 수십만 건의 관련 거래 내역을 살펴본다고 할 때 전체 공시 대상 기업이 2억 건 넘는 거래 내역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공시를 빠뜨릴 수 있고, 이 경우 기업은 범법자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민감한 영업 관련 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신제품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기 위해 계열사와의 IT 서비스 용역 내역을 공시하면 경쟁사는 사이트 개설 착수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의 경영활동마저 규제 대상으로 본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최근 IT 계열사와의 거래가 늘고 있다”며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데, 정부는 사내 인트라넷 유지·보수부터 CCTV 설치 내역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그룹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공시 제도를 확대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공정위가 규제 대상 기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시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듣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김남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