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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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2위로 올라섰다. 그룹의 주력인 반도체 분야가 호조를 보인 데다 배터리와 바이오 등 미래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한 결과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자산 10조원을 초과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그룹·대기업집단)은 물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그룹)에 신규 지정됐다. 재계 순위도 단숨에 44위로 뛰어올랐다.

SK, 17년 만에 재계 2위로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SK그룹은 자산총액이 1년 전보다 52조4390억원 늘어난 291조9690억원을 기록하며 현대차(257조8450억원)를 제쳤다. 2004년 재계 5위에서 2005년 3위가 된 지 17년 만에 2위로 올라선 것이다. SK가 재계 순위에서 현대차를 앞지른 건 18년 만이다. 삼성그룹은 자산총액 483조9190억원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SK의 자산 증가는 20조9000억원이 불어난 반도체가 이끌었다. 반도체 매출 증가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결정적이었다. 이 밖에 배터리와 바이오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산업 집중 투자도 그룹의 몸집이 커진 배경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딥체인지(근본적 혁신)’를 강조한 이후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렇게 늘어난 자산은 또 다른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단숨에 44위

공정위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76개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47개 그룹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다음달 1일부터 지정하기로 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의무가 생기고,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등이 금지된다.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여기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며 공정위로부터 더욱 엄격한 감시를 받는다.

두나무는 자산총액이 10조822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가상자산 거래 기업 중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지정됐다. 암호화폐 열풍에 힘입어 사업 이익과 현금성 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두나무 외에 신규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곳은 크래프톤·보성·KG·일진·OK금융그룹·신영·농심 등 8곳이다. IMM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금융·대우건설 등 3개 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 사모펀드(PEF) 전업 집단, 금융·보험사와 PEF 관련 회사만으로 구성된 그룹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다. 대우건설은 인수합병으로 중흥건설에 흡수됐다. 상호출자제한집단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건설과 업황 개선으로 큰 폭의 이익을 낸 HMM을 비롯해 태영·OCI·두나무·세아·한국타이어·이랜드 등 8개 집단이 신규 지정됐다.

쿠팡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

쿠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미국 국적의 김범석 의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수 지정을 피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개인 지분 변동, 개인회사 소유 현황 등을 분석했지만 반드시 총수로 지정해야 할 사정 변경은 없다고 봤다. 공정위는 현재 총수 친족 범위 축소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문제 등을 검토 중이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외국인 총수 지정은 외국인에게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는 큰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어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제도 개선 여부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이지훈/강경민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