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신구 세대 화합 그려…러시아 박해받는 유대인 마을 배경
"전쟁으로 집 잃은 우크라 난민 떠올라…결코 옛이야기 아니다"
다시 새기는 고전 명작의 가치…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196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대표적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해 토니상 9개 부문을 휩쓸었고 1971년에는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5년 국내 초연의 막을 올린 이 작품이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번째 시즌을 선보인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전인 1905년, 러시아 지배를 받던 우크라이나 지방의 작은 유대인 마을에서 신·구세대가 갈등하지만, 결국 서로를 포용하고 새 시대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 딸을 둔 남자 테비예가 주인공으로, 중매로 결혼하는 민족의 전통과 자유로운 사랑을 하고 싶은 딸들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딸들이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허락한다.

따뜻한 가족애와 세대 간의 화합이라는 뻔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던진다.

정태영 연출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가족이 완전히 해체되는 세상이 오지 않는 이상 이 작품은 영원하리라 생각한다"며 "시대가 변하더라도 인간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 깊이 갈망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시 새기는 고전 명작의 가치…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은 "테비예는 새 시대를 맞이하는 지혜와 유연함을 보여준다"며 "계속해서 바뀌는 시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했다.

테비예는 우유 배달 일을 하며 가난한 살림을 힘겹게 이끌면서도 자상함을 잃지 않는 따뜻한 아버지다.

지난해 공연에 이어 양준모와 박성훈이 역을 소화한다.

양준모는 "요즘 관객이 원하는 게 다양해져서 상업적인 제작사에서는 클래식 뮤지컬을 만드는 걸 꺼리고 어려워한다"며 "무대에 제대로 올리게 해준 서울시뮤지컬단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박성훈은 "개인적으로 (테비예의 상황이) 우리 집과 너무 비슷해 낯설지 않았다"면서 "여러 추억이 떠올라서 작품을 하는 동안 정서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테비예 가족을 비롯한 유대인 마을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현재 러시아 침공으로 집을 잃은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당시 유대인을 박해하던 러시아는 급기야 추방 명령까지 내리고, 테비예 가족 역시 정든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진다.

김 단장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집을 잃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결코 옛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지금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집을 떠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관객에게 큰 의미로 다가갈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다시 새기는 고전 명작의 가치…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교훈적이고 다소 무거운 내용을 담은 듯하지만, 작품은 어느 세대나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쾌하게 그려졌다.

37명의 배우들이 앙상블과 군무로 무대를 꾸며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둘 다 잡았다.

특히 유대인 전통춤과 현대적인 뮤지컬 안무가 적절히 조화된 점이 눈길을 끈다.

서병구 음악감독은 "전통과 새 시대 사이의 대립과 포용을 담은 이야기인 만큼 안무도 러시아인·유대인의 전통춤과 현대적인 뮤지컬 춤을 섞은 게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음악 역시 유대교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을 넘나든다.

사운드는 지난해 공연보다 더 깔끔해지고 강약 조절도 잘 됐다.

김길려 음악감독은 "드라마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서사와 인물들의 감정이 잘 드러나도록 음악 디테일에 신경썼다"고 말했다.

한편 억척스럽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테비예의 아내 골데는 권명현, 유미가 연기한다.

첫째 딸 자이틀과 둘째 딸 호들 역에는 각각 이혜란과 정은영이 캐스팅됐으며 셋째 딸 하바 역은 우현아가 맡는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다시 새기는 고전 명작의 가치…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