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건축역사학회 '경복궁 후원 역사적 가치' 세미나
"청와대 활용, 개별 건물 아닌 역사공간 관점에서 접근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결정에 따라 내달 10일 일반 국민에게 개방될 청와대를 '경복궁 후원'이었던 역사성을 살려 '역사문화공간'이라는 거시적 관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연경 인천대 학술연구교수는 문화재청과 한국건축역사학회가 22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여는 '경복궁 후원의 역사적 가치와 현실적 의미' 세미나 발표문에서 "고려시대 이후 여러 시간의 켜를 지닌 청와대를 활용할 때 개별 건물과 시설이 아닌 총체적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청와대에 신라 불상인 '경주 방형대좌(方形臺座) 석불좌상'과 조선시대 사당인 '칠궁'(七宮)부터 1990년대 조성된 본관과 춘추관까지 다양한 문화재와 건축물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쪽으로는 사적 '한양도성'과 명승 '백악산 일원'이 있고, 남쪽으로는 조선시대 으뜸 궁궐인 경복궁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경복궁 후원에 관한 면밀한 학술 연구를 통해 변화 과정을 파악하고, 사람들의 작고 소중한 기억을 모아 공동의 유산으로 만드는 작업을 차근차근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홍익대 교수는 "청와대 개방으로 정치적 장소로서의 의미는 사라졌지만, 역사적 장소라는 상징성은 남았다"며 "광화문 사거리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남북축은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는 실존적 장소"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경복궁, 서촌, 북촌 등 역사·문화지구와 연결되는 장소이기도 하다"며 "다양한 가치를 지킬 수 있는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청와대 권역에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변형과 훼손이 거듭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는 청와대 변화 과정을 고찰한 뒤 "기계적, 물리적으로 과거 모습을 복원하기보다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시설 건축을 지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청와대 앞 도로를 지하화하고, 엄밀한 고증을 거쳐 경복궁 후원 건물을 세우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기념식수처럼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연유산 관리, 기존 건축물 활용과 관련된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시대 궁궐 후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정우진 상명대 연구원은 "경복궁 후원은 1868년 경복궁 북쪽 빈터에 새롭게 조성됐다"며 임금이 정사를 보는 정당(政堂), 사적 휴게 시설인 별원(別苑), 농경지, 다용도 공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약 270년간 조선 왕실이 견지한 창덕궁, 창경궁 후원 체계가 경복궁 후원을 만드는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역사적 의미를 분석했다.

이번 세미나는 그동안 학술적으로 활발히 연구되지 않은 청와대 권역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보존·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