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자동차 회사자금 수백만 유로 유용 혐의
일본서 닛산차 회장 시절 배임 등으로 수사받다가 깜짝 탈주극
프랑스 검찰, '세기의 탈주극' 카를로스 곤에 국제 체포영장
프랑스 검찰이 '세기의 탈주극'을 벌이는 전 닛산자동차 회장 카를로스 곤에 대한 국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곤은 르노자동차 회장을 지낼 때 회사자금 수백만 유로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곤을 도운 중동국가 오만의 자동차 거래상 등 4명에 대해서도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곤은 빼돌린 자금을 요트를 매입하는 등 사적으로 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레바논계 브라질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인 곤은 르노의 자회사인 닛산자동차 회장으로 있던 2018년 11월 닛산차에 대한 배임 등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그는 2019년 12월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던 중 비행기 화물 상자에 숨어 간사이 공항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했고, 이후 레바논으로 건너가 도주 행각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프랑스 당국의 조사를 받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에서 국제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곤의 신변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레바논은 자국 시민권자를 범죄인 인도로 넘겨주지 않는데, 곤은 프랑스와 브라질, 레바논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다만 체포 영장이 곤의 법률상 지위에 타격을 줄 것으로 WSJ은 짚었다.

곤은 자신을 일본 사법 체계에 부당하고 억울하게 엮인 희생양으로 묘사해왔다.

르노와 닛산의 지배구조 갈등 속에서 엉뚱하게 희생됐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가 일본에 머물렀다면 공정한 재판을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곤의 측근들은 언젠가 그가 재판을 받으러 프랑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곤의 부인인 캐롤 곤이 프랑스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부부가 함께 레바논을 벗어나려 한다면 부인인 캐롤만 프랑스로 가지 못한 채 일본으로 인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롤 곤은 남편의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일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프랑스는 2019년부터 곤을 상대로 베르사유궁 파티 등에 르노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곤 측 대변인은 이번 체포 영장과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