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 총리, 고령 이유 9년간 지속 원전반대 강연 중단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반대파로 돌아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고령을 이유로 원전반대 강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지 일간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4월부터 강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20일 보도했다.

올해 80세인 고이즈미 전 총리는 "언제 아플지 모른다"면서 "1년 전에 (강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도 (건강이 나빠) 못 하게 되면 강연회에 온 사람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총리를 지낸 고이즈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위험성을 깨닫고 탈원전파로 전향했다.

그는 2013년부터 강연회 등을 통해 약 9년간 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5년 이상 총리를 지낸 보수 정치인이 진보 세력 중심으로 진행된 탈원전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일본에서 탈원전 운동의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입법안을 논의하자 다른 전직 일본 총리 4명과 함께 EU에 원전 반대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 서한에서 원전 추진은 미래를 위협하는 '망국의 정책'이라며 원전을 그린 에너지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이 안전하지도, 클린(청정)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지속가능한 세계 실현을 위해선 탈탄소와 탈원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서한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둘러싼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며 주의를 요구하는 내용의 문서를 5명의 전직 총리에게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