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 콰줄루나탈주 등에서 6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있어 정부의 비용 집행에 대한 불신이 극심하다.
20일(현지시간) 일간 더시티즌, 프리토리아뉴스 등에 따르면 야당과 비정부기구(NGO)는 정부가 10억 랜드(약 820억 원)를 우선 피해 복구와 수재민 구호에 긴급 투입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면서 시민사회와 의회가 예산 집행을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2020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정부의 PPE(개인보호장구) 등 보건물자 조달에서 수십억 랜드의 자금 유용과 횡령 등이 판친 데 따른 것이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40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부르고 주택 약 4천 채가 완전히 파괴된 이번 홍수와 관련,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수십억 랜드의 복구 자금이 투여되는 데 대해 감사원장 등을 활용해 투명한 집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야권 등은 앞서 팬데믹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 발언과 똑같은 것이라면서 의회의 감독권을 강화하고 시민사회가 최소한 공동으로 정부와 함께 예산 집행에 참여해 정기적 지출 보고서, 입찰 배정 등을 감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번 예산 집행에서 미덥지 못한 콰줄루나탈주 당국을 배제하고 중앙 정부가 감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벌써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로 물탱크 차량을 빼돌리는가 하면, 시흘레 지카랄라 콰줄루나탈 주지사도 자신의 집에 식수차 한 대를 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팬데믹 부정부패의 경우 빈민들에게 나눠주는 식료품 꾸러미를 관리들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가로채 자기의 잇속을 챙기는가 하면 뇌물을 받고서야 꾸러미를 배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7월 콰줄루나탈 등의 대규모 약탈과 방화 사태에서 정부의 무기력을 들면서 남아공이 이미 실패국가로 접어들었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이번 홍수 사태도 사전에 경고가 제대로 안 되고 대처도 조율이 안됐으며, 상대적으로 취약한 흑인집단 주거지인 타운십과 비공식 주거지에 큰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군인 10만 명이 배치됐지만, 홍수 발생 일주일이 다 돼서야 뒤늦게 이뤄져 큰 도움이 안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렇게 크다 보니 여러 기업과 시민의 수재민 돕기 성금도 주로 기프트오브더기버스(Gift of the Givers) 같은 구호단체로 몰리고 있다.
시민사회 등에선 대놓고 성금을 정부 측에 기탁하지 말고 NGO에 기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기프트오브더기버스의 창립자인 임티아즈 이스마일 술리만 박사는 더시티즌에 집권 ANC가 이번에 콰줄루나탈 재해에 투명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2024년 총선에서 충격적인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인종과 상관없이 이번 콰줄루나탈 홍수에 대한 성금이 답지하는 등 남아공에 아직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우분투' 정신이 살아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