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한국서 사는 안톤 숄츠의 책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

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안톤 숄츠 씨. 청소년 시절 태권도를 매개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1994년 처음 한국을 방문할 때만 해도 1년 정도만 머물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한국 사람과 한국 문화에 푹 빠져든 자신을 발견했다.

특히 불교사상에 심취된 그는 일본의 사찰에서 1년을 더 수행한 뒤 함부르크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살고 있다.

현재 거주지는 광주광역시다.

살면 살수록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고 한다.

'개발도상국들이 꿈꾸는 롤 모델'이자 '지루할 틈 없이 역동성이 날마다 숨 쉬는 곳'이면서도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사회여서다.

나라는 부강해지고 최신 트렌드가 넘쳐나는 반면, 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자살률은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왜 유달리 불만족스럽고 희망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걸까? 한국은 왜 세계에서 가장 출생률이 저조한 나라가 됐을까?
그의 신간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은 부유함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준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개인들의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나가야 할지 조언도 한다.

저자는 "단언컨대 돈은 인생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불교 신화에는 늘 목마르고 배고픈 아귀(餓鬼)가 나온다.

무조건적인 탐욕에 무슨 기쁨과 행복이 있을까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행복의 주체가 '나'가 아닌 '타인에게 비친 나'라면 경제적으로 풍요롭다 하더라도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 대표적 사례로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동산 투기 과열을 꼽는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처럼 너나없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지금은 이곳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산다.

저자는 행복이란 나뿐 아니라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균형과 조화에서 이뤄진다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고 지방과의 균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에서 살아온 그이기에 이런 생각을 더욱 뚜렷이 하게 된 듯하다.

한국 사회의 과열된 부동산 투자 열기는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이에 저자는 "나는 한국인들이 쉽게 행복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잃어버린 '집(home)'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에 민감하지만, 반대로 이들은 마음의 집을 짓고 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영어의 'home'과 'house'는 한국어로 '집'으로 번역되지만 실제의 의미는 확연히 갈린다.

'home'이 정서적 의미의 공간인 집을 의미한다면, 'house'는 건물 자체,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집이란 나와 가족의 시간이 쌓이고 함께 나눈 마음이 깃든 공간이어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부동산, 즉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이렇게 힘을 실어준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이며 사람들 대부분이 착하고 친절하다.

지루할 틈 없는 역동성이 날마다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하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지옥'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다.

(나는) 지옥이라 여기는 이곳이 천국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
문학수첩. 272쪽. 1만3천원.
'행복지수 최하위의 선진국' 한국…"행복의 정의 바로잡아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