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뼘 틈에 휠체어 휘청…지하철-버스 환승은 꿈도 못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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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역 2·7호선 환승 때는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역사로 들어와야
휠체어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동행해보니…매 순간 아찔
"휠체어 바퀴가 조금만 작았다면 방금 사고가 났을 겁니다.
"
뇌병변 1급 장애인 배재현(42) 씨는 19일 오후 1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승강장에 가까스로 내린 뒤 이렇게 덤덤히 말했다.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반 뼘 높이의 단차가 있어 '덜컹'하며 휠체어가 앞으로 넘어질 뻔했는데도 배씨는 흔히 있는 일인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이 날 배씨를 동행 취재한 결과 휠체어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내 아찔한 순간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날 배씨가 낮 12시 43분께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한 뒤 신설동역에 도착하기까지 약 40분이 소요됐다.
비장애인이 이동했다면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배씨가 동대문역에서 환승을 하는 과정에선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역은 엘리베이터로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1역사 1동선' 역사로 분류되지만 환승 동선에는 수직 리프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 리프트는 엘리베이터와 달리 앞뒤로는 보호벽이 없는 구조여서 바닥 틈새에 옷이나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 크게 다칠 위험도 있어 보였다.
어렵사리 동대문역 1호선 승강장에 도착했지만 열차에 올라타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바닥 턱이 너무 높아 배씨 혼자 힘으로는 열차에 올라탈 수가 없었고 시민들에게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급히 요청한 뒤에야 가까스로 탑승할 수 있었다.
지금껏 태연했던 배씨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돌기 시작했고 "늘 이렇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설동역에서 하차한 배씨는 다시 동대문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풍물시장 정류장으로 향했다.
비장애인이라면 무심코 지나갔을 길거리였지만 배씨의 휠체어는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흔들렸다.
그는 "평평해 보이는 보도블록이더라도 막상 휠체어로 이동하다 보면 덜컹거리고 흔들린다"며 "뭐 하나라도 잘못 밟으면 휠체어 바퀴가 나가는 것은 예사"라고 씁쓸히 말했다.
저상버스가 도착하자 버스 기사가 경사로를 내려주고 장애인 좌석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것을 도와줬다.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자 배씨는 짐짓 놀란 듯 "설비가 좋거나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사님이 신경질적으로 구실 때도 있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정류장 대기판을 확인하고 저상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안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배씨와 동행하지 않고 찾아간 다른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도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림역은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아예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밖으로 나가 다른 출구로 이동해 다시 들어와야만 했다.
7번 출구 방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와 횡단보도 2개를 건너 70m를 걸어가야 했는데 실내 역사와 달리 표지판이 없어 길을 찾기 어려웠다.
휠체어 장애인을 보조하던 활동지원사 이형섭(53) 씨는 "대림역에서 환승하려면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니 굉장히 불편하다"며 "가끔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인 날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퇴계로 3가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 기사가 저상버스 리프트를 내리기 시작하자 뒤에 있는 버스와 택시가 여러 차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는 "버스는 지하철보다 더 불편해서 워낙 잘 타지 않는다"며 "어떤 버스가 저상버스인지 전혀 가늠이 안 되니까 비예측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휠체어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동행해보니…매 순간 아찔

"
뇌병변 1급 장애인 배재현(42) 씨는 19일 오후 1시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승강장에 가까스로 내린 뒤 이렇게 덤덤히 말했다.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 사이에 반 뼘 높이의 단차가 있어 '덜컹'하며 휠체어가 앞으로 넘어질 뻔했는데도 배씨는 흔히 있는 일인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이 날 배씨를 동행 취재한 결과 휠체어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내 아찔한 순간들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날 배씨가 낮 12시 43분께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에 탑승해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한 뒤 신설동역에 도착하기까지 약 40분이 소요됐다.
비장애인이 이동했다면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배씨가 동대문역에서 환승을 하는 과정에선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역은 엘리베이터로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1역사 1동선' 역사로 분류되지만 환승 동선에는 수직 리프트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직 리프트는 엘리베이터와 달리 앞뒤로는 보호벽이 없는 구조여서 바닥 틈새에 옷이나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 크게 다칠 위험도 있어 보였다.
어렵사리 동대문역 1호선 승강장에 도착했지만 열차에 올라타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바닥 턱이 너무 높아 배씨 혼자 힘으로는 열차에 올라탈 수가 없었고 시민들에게 "휠체어를 밀어달라"고 급히 요청한 뒤에야 가까스로 탑승할 수 있었다.
지금껏 태연했던 배씨의 얼굴에도 지친 기색이 돌기 시작했고 "늘 이렇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설동역에서 하차한 배씨는 다시 동대문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풍물시장 정류장으로 향했다.
비장애인이라면 무심코 지나갔을 길거리였지만 배씨의 휠체어는 작은 돌부리에도 쉽게 흔들렸다.
그는 "평평해 보이는 보도블록이더라도 막상 휠체어로 이동하다 보면 덜컹거리고 흔들린다"며 "뭐 하나라도 잘못 밟으면 휠체어 바퀴가 나가는 것은 예사"라고 씁쓸히 말했다.
저상버스가 도착하자 버스 기사가 경사로를 내려주고 장애인 좌석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것을 도와줬다.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자 배씨는 짐짓 놀란 듯 "설비가 좋거나 친절한 기사님을 만나기는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기사님이 신경질적으로 구실 때도 있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정류장 대기판을 확인하고 저상 버스를 기다리는데도 안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림역은 지하철 2호선에서 내려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아예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밖으로 나가 다른 출구로 이동해 다시 들어와야만 했다.
7번 출구 방향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와 횡단보도 2개를 건너 70m를 걸어가야 했는데 실내 역사와 달리 표지판이 없어 길을 찾기 어려웠다.
휠체어 장애인을 보조하던 활동지원사 이형섭(53) 씨는 "대림역에서 환승하려면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니 굉장히 불편하다"며 "가끔 엘리베이터가 점검 중인 날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퇴계로 3가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 기사가 저상버스 리프트를 내리기 시작하자 뒤에 있는 버스와 택시가 여러 차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는 "버스는 지하철보다 더 불편해서 워낙 잘 타지 않는다"며 "어떤 버스가 저상버스인지 전혀 가늠이 안 되니까 비예측성이 심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