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가로 중증장애인 기피 등 문제…인수위 답변 '주목'

"제가 예전에 봤던 분은 볼일을 못 가리는 척하려고 옷에 오줌을 쌌어요.

"
장애인활동지원사인 김명문(54)씨는 "정말로 연기 아닌 연기를 해야 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평가 점수가 깎이니까요"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이용자의 중증 정도, 가구 환경 등에 따라 등급을 정해 이용 시간에 차등을 두는데, 장애인들이 필요한 만큼 활동 지원을 받기 위해선 편법을 부리지 않을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역부족…희생 강요에 편법 조장"
◇ 낮은 수가로 중증장애인 기피…"아파도 대체인력 없어"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요구한 '장애인권리 보장 예산 요구안'을 살펴보면 활동지원서비스 관련이 약 2조9천억원으로, 비용 추계가 가능한 항목 중에서 비중이 가장 컸다.

올해 예산 규모인 1조7천억원에서 1조2천억원 증액해달라는 것이다.

실제 장애활동지원 일선에서는 정부가 설계한 서비스 시스템상의 여러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과 활동지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하루 최대 16시간으로 제한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야 하고, 노동강도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낮고 획일적으로 책정된 시간당 수가를 약 2천200원 인상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수가는 1만4천800원으로 이 중 75% 정도가 활동지원사 인건비로 쓰인다.

근육장애인을 담당하는 지원사 김영이(55)씨는 "신체 지원, 요리, 청소, 운전까지 모든 업무를 다 해주는데 급여는 (경증 장애인 담당과) 똑같다"며 "감정노동도 심하고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까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용학(52)씨도 "중증이라고 해서 시간당 수가가 높게 책정되지 않는다"며 "일률적으로 주기 때문에 중증을 맡는 선생님들은 불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중증 장애인 일부에 대해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전체 10만7천명 중 4천명(3.7%)만이 그 대상이며 금액은 시간당 2천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증 장애인을 맡는 활동지원사가 불가피하게 일을 쉬어야 할 때도 대체 근무자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김명문씨는 "제가 맡은 분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드려야 하는데 가끔 무슨 일이 있어서 하루만 쉬려고 해도 대타를 구하는 게 참 힘들다"며 "정작 힘든 분들에게는 활동지원사들이 잘 안 가려고 해 이용자들이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영이씨도 "교대로 일하는 동료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혼자 열흘 연속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린 활동지원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전했다.

◇ "나라가 편법 조장하고 희생 강요"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역부족…희생 강요에 편법 조장"
어렵사리 활동지원사가 매칭되더라도 장애인이 정말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들을 홀로 키우는 최모(44) 씨는 "출장으로 1박2일 집을 비워야 할 때가 있는데 새벽 시간대엔 활동지원을 이용할 수가 없다"며 "그러면 활동지원 선생님이 아이를 봐주는 대신 (근무시간 체크는) 다른 시간대로 하도록 저희끼리 편법을 쓴다.

나라에서 편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씨는 "활동지원사들이 4시간을 일하면 30분은 꼭 쉬도록 돼 있는데, 아이가 활동지원사와 외부활동 중이고 엄마는 회사에 있으면 그 30분은 누가 애를 봐야 하나"라며 "결국 활동지원사분들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영이씨도 "제가 맡고 계신 분은 손 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중증 장애인이지만 말을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24시간 활동지원을 못 받는다"며 "제가 없으면 꼼짝도 못 하시니 한 달에 몇 시간 정도는 무급으로 일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 요구 예산안과 관련, 지난 15일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장애인의 날'을 언급하며 "메시지와 소통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장애인 단체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장연 관계자는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돼야 한다"며 "지원 수준을 판단할 때 공무원과 전문가가 아닌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