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이 러시아에 점령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군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주요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마리우폴의 전체 도시 지역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우크라이나 일부 군이 아조우해(아조프해) 쪽에 있는 아조우스탈제철소 지역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목숨을 구할 유일한 기회는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부대와 외국 용병에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제안했다. 러시아는 전날 “아조우스탈제철소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외부로 보낸 367건의 무전을 감청했다”며 “이들은 물과 식량도 없는 절망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마리우폴이 비인간적 상황에 처했다”며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마리우폴에 있는 모든 사람을 없애려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매체 프라우다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에서 저항 중인 자국군을 없앤다면 러시아와 협상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선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에 전 세계가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이에 러시아는 마리우폴을 최우선 공략 목표로 삼고 포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맞서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 해병대는 수적 열세 속에 50일 넘게 러시아 공격을 물리치며 버텨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러시아군 장성 한 명이 추가로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묘지에 묻혔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러시아 8근위 제병합동군 부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프롤로프 소장으로, 마리우폴 인근 전장에 배치됐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