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위치 등 정보 담아 전파로 보낼 계획…"인류에 해 될 것" 비판도
"여기는 지구입니다"…외계인에 메시지 보내려는 과학자들
외계인(ET)이 있다면 지구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까.

만약 받는다면 인류에 도움이 될까.

외계인에게 지구의 위치 등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려는 과학자들의 시도를 놓고 과학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SETI·세티) 연구소를 비롯한 세계 각국 기관과 과학자들이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말 동료 평가 학술지 '갤럭시'에 발표한 논문에 향후 인간이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의 외계인에게 인류를 소개하고자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과학자 집단이 준비한 문서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찾아오거나 지구에 메시지를 보내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지구 위치를 알려주는 우주 지도 등을 담고 있다.

손을 들고 인사하는 남자와 여자를 표현한 그림, 기본적인 과학·수학 개념 등도 포함됐다.

문서는 외계인이 쓰는 언어나 감각기관이 인간과 달라도 읽을 수 있도록 이진법 형태로 작성됐다.

발신은 1974년 과학자들이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다.

당시 프랭크 드레이크와 칼 세이건 등 천체물리학자들은 전파망원경으로 인간의 형체, DNA 구조 등의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우주로 보냈다.

다만 이번 논문 주 저자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소속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장 박사는 당장 메시지를 보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메시지 송신이 10년 이내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논문에 캘리포니아주 해트 크릭에 있는 전파망원경이나 중국 구이저우성에 있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논문 공저자 11명 중 한 명인 세티 연구소 소속 천체물리학자 스튜어트 테일러는 "ET는 인류가 거의 파괴해버린 이 세계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과학 수준이 인간보다 뛰어난 평화적인 외계인과의 접촉은 인류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외계인이 오히려 인류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SETI 수석과학자인 댄 베르트하이머 박사 "천문학자 99%는 외계인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미국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및 다른 과학자 20여명과 함께 외계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계획을 비난하는 성명서에 서명한 바 있다.

이들은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들이 인류에게 우호적일지 적대적일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이러한 시도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2010년 인터뷰에서 "발달한 외계인들은 그들이 갈 수 있는 모든 행성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양계 밖에 있을지도 모를 지적 외계생명체에게 지구와 인류 문명의 존재를 알리려는 작업은 수십 년 전부터 시도되고 있다.

NASA가 1977년에 발사해 현재 태양계를 외곽 또는 태양계 밖을 비행하고 있는 우주탐사선 보이저 1ㆍ2호에는 고래 소리와 천둥소리,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척 베리의 음악 등이 아날로그 영상과 함께 기록된 금으로 된 음반이 실려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