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제안하자 트위터 이사회가 ‘포이즌필’을 발동해 맞불을 놨다. 머스크는 온라인에서 여론전을 펼치며 응수했다. 테슬라 주주들이 제기한 증권사기 혐의에서 일부 패소하며 악화된 여론을 만회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에 맞대응하려 트위터 이사회가 만장일치 합의로 포이즌필 발동했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염가 매입할 권리를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전략이다. 머스크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서도 지분율 100％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트위터는 누구든 이사회 승인없이 지분율 15％이상 인수하면 포이즌필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포이즌필은 내년 4월 14일까지 적용된다. 현재 머스크는 트위터의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입장에선 방어전략을 짤 시간을 번 것이다.

머스크는 16일 트위터를 통해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사회가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트위터 창업주인) 잭 도시가 회사를 떠난 후 트위터 이사회가 보유한 지분은 거의 없다”며 “이사회가 추구하는 이익은 주주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머스크가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그는 트위터 경영진에 주당 54.20달러(약 6만 6638원) 총 430억달러(약 53조원)에 트위터 지분 전체를 매수하는 적대적 M&A를 제안했다. 동시에 트위터를 상장폐지할 계획도 밝혔다. 14일 트위터 종가는 45.08달러였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호언장담했지만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주식 시장을 교란한다는 의문이 연달아 제기돼서다. 15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테슬라 주주들이 머스크에게 증권사기 혐의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주주의 일부 승소를 인정했다.

2018년 머스크는 투자금이 확보됐다며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지분 전량을 사들인 뒤 상장폐지하겠다고 트위터에 공언했다. 인수 자금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서 끌어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유치는 없었다. 법원은 “허위 진술이고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머스크는 2018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소당했다. 이듬해 벌금을 2000만달러(약 243억원) 내며 SEC의 제재에 합의했다.

머스크는 SEC와 합의했지만 내심 불만이 쌓였다. 그는 최근 SEC가 횡포를 부린다고 항변했다. 지난 14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캐나다TED2022 컨퍼런스에서 그는 SEC 등 금융 규제기관들을 일컬어 “후레자식들(Bastards)”이라고 비난했다. SEC에게 벌금을 납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였다.

테슬라 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은 다음달 배심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머스크와 테슬라는 테슬라 주주들에게 수십 억달러를 배상할 수도 있다고 CNBC는 전망했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의 기존 주주들에게도 집단 소송을 당했다. 주주들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머스크가 증권법 규정에 따라 트위터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지난달 24일까지 공개해야 했으나 기한을 어겨 증권사기를 저질렀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미국 증권법에 따르면 투자자가 기업 지분 5% 이상을 인수하면 이를 10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취득에 대한 공시 기한은 3월 24일이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