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은 범죄예방에도 활용…"중대범죄 적용·잠입수사 개념 도입 등 필요"
한국형 위장수사 도입 6개월…전문가들 "범위·절차 개선해야"
한국형 위장수사제도가 공식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활용 범위와 절차에 한계가 뚜렷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등이 발표한 '신분위장수사제도의 개선방향에 대한 비교법적 연구'는 국내에서도 법률에 의해 위장수사가 처음 도입됐지만 아동과 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도입된 위장수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뿐 아니라 그동안 함정수사의 주요 대상이었던 마약범죄와 조직범죄 등도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 교수 등은 영국의 경우 범죄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신분위장 수사의 경우 범죄 종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과 세금 부과 등 다양한 공공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경찰 역시 범죄수사뿐만 아니라 범죄예방 분야에서도 신분 비공개 및 위장수사 활동이 가능하다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돼 있다.

신분 위장수사의 대상 범죄도 마약, 불법무기, 통화 또는 유가증권 위조, 국가 안보 관련, 업무상 중대범죄, 상습적인 중대범죄, 조직범죄 등으로 범위가 넓다.

저자들은 "한국형 위장수사는 허용 대상을 법률에서 엄격하게 제한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신분위장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마약범죄, 조직범죄, 국가안보와 관련된 범죄 등 중대범죄에 대해 활용 범위를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 등은 위장수사 시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도록 하는 방식보다는 경찰이 법원에 직접 신청해 허가를 구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면서 '절차'상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에도 신분 비공개 잠입수사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분 비공개 잠입수사는 영국과 독일의 제도에서 규정한 내용으로, 일반적인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위장 수사의 중간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일반적인 신분 비공개 수사가 공개된 장소에서 범죄정보를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이라면, 신분 비공개 잠입수사는 사적 공간을 대상으로 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이뤄져 사생활 침해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신분 비공개 조사가 범죄 단서를 확보하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표적인 임의수사"라며 "현행 제도는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 활동을 오히려 부정적으로 제약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