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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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드라이브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에 대한 우려로 코스피가 2700선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다만 긴축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기에, 이제부터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지난주(11~15일) 코스피는 0.16% 하락한 2696.06에 마감됐다.

주 초반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긴장감에 더해 연준 인사들의 매파(통화긴축정책 선호론자)적 발언까지 증시를 짓누르며 2600대 중반까지 밀렸다.

3월 미국의 CPI 발표치는 전년 동월 대비 8.5% 상승한 수준이었다. 시장의 공포보다는 물가 상승세가 강하지 않았다는 시장의 평가에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지난 13일 하루에만 1.86%가 오르며 2700선을 회복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방송 인터뷰에서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재차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한국은행은 예상을 뒤집고 지난 14일(한국시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옵션 만기일이었던 이날 장중에는 증시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종가는 직전 거래일과 비슷했다. 이를 두고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긴축 부담이 있으나,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의 긴축 드라이브에 대해서도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의 50bp(0.50%포인트)의 기준금리 이상이 대부분 선반영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680~2800으로 제시한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월간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일단락된 가운데 시장을 크게 움직일만한 거시경제(매크로) 변수는 5월에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은 경기둔화 압력에 대응하는 중국의 경기부양책과 1분기 실적 발표로 옮겨갈 전망”이라며 “주가지수는 횡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개별 기업 실적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들의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52조2082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8.07% 증가한다는 추정치다. 다만 일주일 전의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0.23% 감소한 수준이다.

김영환 연구원은 “실적 전망 하향을 주도한 업종은 조선, 상사·자본재, 필수소비재, 건설 등인 반면, 이익 전망이 상향된 업종은 에너지, 비철·목재, 통신서비스, 운송, 철강, 기계, IT하트웨어”라며 “1분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재료 비용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이를 단기간에 가격에 전가할 수 있었던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 간의 실적 전망 차별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분기 실적보다 향후 실적에 대한 기업 자체적인 전망(가이던스)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서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지나간 실적보다는 2분기에 대한 긍정적 가이던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델타항공은 1분기에 적자가 지속된 실적을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했지만, 이날 주가는 6.21% 급등했다. 이튿날인 지난 14일에도 3.27%가 더 올랐다. 1분기의 적자폭이 시장 예상치보다 적었던 데다, 2분기에는 수익성이 좋아져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가이던스를 내놓은 덕이었다.

이재윤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황에서 이익 성장의 희소성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