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에겐 없는 유통, 물류, 시공 능력을 한샘은 갖췄습니다. 한샘이 정보기술(IT)과 온라인 기능까지 고도화하면 경쟁 업체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도 가능할 것입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한샘의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김진태 한샘 대표는 “2026년 매출 4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전환과 운영 효율 극대화, 신사업 등 5개 중점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테리어업계 1위 한샘이 IT화를 강화하며 ‘리빙 테크기업’으로 기업 체질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한샘이 중장기 경영 청사진을 꺼내 든 것은 올 1월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최대 주주가 바뀐 이후 처음이다.
위기의 한샘…"리빙 테크기업 변신에 명운"
이날 분위기는 사뭇 비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0%나 급감한 올 1분기 영업이익(증권업계 추정 166억원)이 발표된 게 불과 얼마 전이어서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는 2002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으로 분기적자(75억원 영업손실)를 기록했다. 작년 7월 이후 주가는 47% 넘게 떨어졌다. 무엇보다 실적 악화가 일회성 악재 탓이 아니라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및 부동산 거래 축소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자칫 IMM PE의 대표적인 ‘인수 실패 사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경영진이 시장과 소통하며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비전’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대적인 변신에 기업의 명운을 건 것이다.

한샘이 내놓은 위기 타개 방안의 핵심은 기존 제조와 유통 위주의 사업 방식에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형태로 기업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해 소비자가 리모델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찾고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정보 탐색 기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전국 오프라인 영업망과 3차원 설계 프로그램 ‘홈플래너’에 축적된 6만여 건의 시공 데이터를 온라인 플랫폼에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한샘이 과거 제조·유통업을 기반으로 국내 홈인테리어 분야 1위에 올랐다면,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IT 기반의 리빙 테크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직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마케팅과 고객 상담, 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을 통합하는 ‘CX(고객 경험) 혁신본부’를 신설했다. 리모델링 사업을 담당하는 리하우스 사업본부와 부엌·욕실 전담인 KB 사업본부를 ‘홈 리모델링 사업 부문’으로 통합했다. 이원화됐던 리모델링 관련 조직을 합쳐 고객 상담과 설계, 견적, 시공 등 모든 단계의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시공 현장에선 공법 혁신과 시공 표준화를 통해 보름까지 소요되는 집 전체 리모델링 공기를 닷새 이내로 단축하는 게 목표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글로벌 온라인 홈 리모델링 사업을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현지 홈 리모델링 사업자와 제휴에 나선다. 조명과 전동침대, 커튼 등이 사물인터넷으로 연동되는 스마트홈 패키지 사업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한샘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2조231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693억원으로 같은 기간 25.6% 줄었다. 지난해 4분기엔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주가도 맥을 못 추고 있다. IMM PE의 경영권 인수가 가시화된 작년 7월 14일 14만9000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 1월 말에는 6만89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이후로도 9만원 선을 밑돌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